쌍용자동차의 매각이 무산됐다. 28일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와 M&A 투자계약은 자동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내 한 쌍용자동차 판매 대리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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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인수합병(M&A)이 사실상 무산하면서 쌍용차의 운명이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쌍용차는 28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M&A 투자계약을 해제한다’고 공시했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인수대금(3049억원)의 예치시한일(25일)까지 잔금(2743억여원)을 예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쌍용차의 실적 악화다. 쌍용차는 지난 20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 지분의 74.6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2020년 6월 경영권 포기를 선언했다.
같은 해 12월 쌍용차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해 10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을 쌍용자동차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이날 M&A 계약이 해제됐다. 약 1조원의 빚을 지고 있는 쌍용차 입장에선 지난 1년여 시간을 낭비한 셈이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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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쌍용차, M&A 계약 해제
계약해제의 가장 큰 이유는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이다. 4년 연속 적자 기업인 에디슨모터스는 자회사인 에디슨EV와 투자금 마련을 추진했다. 애초 에디슨모터스와 인수전 참여를 공언했던 사모펀드 키스톤PE와 KCGI는 결국 최종 투자계약에 합류하지 않았다.
에디슨모터스는 잔금 납입 마감일인 지난 25일 서울회생법원에 관계인집회 연기를 신청했다. 에디슨모터스는 “현재 쌍용차 상거래채권단과 노동조합이 에디슨모터스의 M&A를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잔금을 납부하더라도 관계인 집회에서 부결이 뻔한데 굳이 잔금을 납부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쌍용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쌍용차는 “애초 투자계약서 상에서 에디슨모터스가 대여하기로 한 운영대금(500억원) 중 일부(300억원)는 지난 2월 3일 입금했지만, 일부(200억원)는 예정일(3월 21일)에 입금하지 않았다”며 “이 역시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에디슨모터스 측이 기입금한 M&A 계약금 304억8000만원은 몰취된다. 또 쌍용차에 빌려준 운영대금 일부(300억원)에 해당하는 채권은 에디슨모터스가 소유하게 된다.
최효종 법무법인 대륙아주 파트너 변호사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던 당시 몰취된 계약금의 절반을 반환받은 배경은 노조의 실사 방해라는 명확한 명분이 있었다”며 “이와 달리 에디슨모터스의 경우 귀책사유가 명백해서 계약금 반환청구소송을 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상했다.
에디슨모터스-쌍용차 인수·합병 주요 일지. 그래픽 김주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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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 반환소송 승소 가능성 작아”
정부가 무리하게 쌍용차 인수를 추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쌍용차에 정부가 정치적으로 개입하면서 오히려 문제가 복잡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쌍용차는 장기간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등 재무구조가 비정상적인 ‘좀비 기업’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마힌드라 회장에게 해고자 복직을 요청했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M&A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지면 양측 중재에 나서는 등 개입했다.
연도별 쌍용차 영업이익. 그래픽 김주원 기자 |
쌍용차가 직접 새 주인을 찾아 법원에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시한은 오는 10월 15일까지다. 이때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회생절차가 폐지된다. 최효종 변호사는 “현재로썬 조(兆) 단위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것이 쌍용차가 회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며 “이런 자금 여력을 가진 플레이어가 있느냐는 회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쌍용차 조사위원인 EY한영회계법인은 서울회생법원에 쌍용차의 청산 가치(9800억원)가 존속 가치(6200억원)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생각하면 차기 정부가 나 몰라라 하기도 어렵지만, 다른 기업과 형평성을 고려하면 직접 지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기에 최근 금속노조 집행부 교체와 맞물려 정부 출범 즉시 노동계와 대립각을 세울 수도 있어서 섣불리 움직이기도 어려운 큰 과제를 차기 정부가 짊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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