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이 회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신구 권력 간 갈등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제20대 대선이 치러진 지 19일 만에 회동에 나서면서 첫 만남 기준으로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탓이다.
역대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첫 회동을 살펴보면 당선인이 협조를 구하고, 대통령이 정권 이양을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건네며 진행됐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첫 만남을 가진 경우에도 추가 회동에 나서며 정권 인수인계에 협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간 회동은 가장 모범적인 협치 사례로 꼽힌다. 두 사람은 15대 대선 이틀 뒤인 1997년 12월 20일에 배석자 없이 1시간 동안 오찬 회동을 했다. 회동 직후 두 사람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특별사면, 국제통화기금(IMF) 합의사항 이행 등 6개 사항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첫 회동 후 9일 만에 다시 만나 부부 동반 만찬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16대 대선 나흘 만인 2002년 12월 23일 회동했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1시간30분가량 오찬을 함께했다.
17대 대선부터는 신구 권력 간 갈등이 표출되면서 대통령과 당선인 간 첫 회동이 전에 비해 늦게 이뤄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17대 대선 9일 뒤인 2007년 12월 28일에 처음 만났다. 당시 양측은 청와대 기록물 이관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두 사람은 배석자를 겸한 만찬 회동을 했다. 청와대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 등이, 당선인 측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과 임태희 당시 비서실장 등이 배석해 2시간10분가량 만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도 18대 대선 9일 만인 2012년 12월 28일 회동했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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