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선물하고 건강 기원…역대 최장 만찬에 '구원' 풀었나
MB 사면·인사 논란 등 거론 안돼…집무실 이전 놓고 묘한 신경전
원활한 정권이양 머리 맞댔지만…극적 합의는 없었다
대화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정수연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8일 청와대 만찬 회동을 통해 정권 이양을 위한 업무 인수인계 협조를 약속했다.
지난 16일로 예정됐던 오찬 회동이 한 차례 무산되며 불거진 신구 권력 충돌은 극적으로 봉합된 모양새지만, 쟁점 현안에 대한 극적 합의가 도출된 것도 아니어서 갈등의 뇌관은 미처 제거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회동 후 브리핑에서 "국민이 느끼는 갈등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굉장히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께서 우리 당선인께 협조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했다"며 "어떤 의견의 차이를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은 청와대측 별도 발표 없이 장 실장의 '원보이스'로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에 대한 배려와 예우 차원에서 그의 핵심 참모인 장 실장에게 전적으로 단독 브리핑을 맡겼다는 게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었다.
장 실장 역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브리핑 내용을 사전 의논하는 등 문 대통령 입장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주를 곁들인 만찬은 2시간 51분간 이어져 역대 최장으로 기록됐다.
문 대통령이 새 정부 성공을 기원하며 넥타이를 선물하고, 윤 당선인이 건강을 비는 등 훈훈한 장면도 연출됐다.
한때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으로 일한 윤 당선인이 정권 핵심을 겨냥한 수사를 계기로 반목한 '구원'을 모처럼 해소하는 허심탄회한 자리가 된 것으로 비쳤다.
장 실장은 "두 분이 과거에 인연이 많지 않나"라며 "과거 인연에 관해 얘기했다"고만 전했다.
다만, 신구 권력 충돌의 실마리가 됐던 쟁점 현안은 어렵게 성사된 만찬 자리에서도 매듭지어지지 못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대화 도중 배석자들을 물리고 독대가 이뤄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었지만,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즉석 담판은 없었던 것이다.
장 실장은 브리핑에서 "실무적 현안 논의에 대해선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제가 이 라인에서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회동 무산의 원인으로 지목된 현 정부의 '알박기' 인사 논란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아예 테이블 위에 오르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독대가 별도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미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부담스러운 현안까지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장 실장은 이와 관련, "윤 당선인이 어떤 얘기를 꺼낼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회동에 들어갔다"고 밝혀 애초부터 합의문 발표 등을 준비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만찬 회동 결과 브리핑 |
윤 당선인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속 시원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시대를 열겠다"며 "이번만큼은 꼭 하고 싶다"고까지 말했으나, 끝내 흔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 몫"이라면서도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조건'을 붙였다.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사실상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위와 국방부의 집무실 이전 예산을 둘러싼 양측의 첨예한 입장차를 고려할 때 예비비 지출이 조기에 승인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 사람은 다시 만날 날짜를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5월 10일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 한 번 더 대좌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윤 당선인 측이 최근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현 정부 주요 정책을 정면 비판하며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한 만큼 양측의 갈등이 언제든 재점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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