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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쌍용차 인수전

​[현장에서] 기업사냥으로 얼룩진 쌍용차 인수전…당국은 뭐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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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다. 최근 판이 깨져버린 쌍용차 인수전을 보면 딱 이 속담이 생각난다. 쌍용차를 인수하겠노라는 에디슨EV가 주총을 하루 앞둔 3월 29일 장 마감 뒤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고 거래가 정지됐다. 처음부터 쌍용차를 인수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주식시장의 작전세력을 말할 때 사용하는 은어가 몇 개 있다. 그중 자주 쓰이는 용어는 펄(Pearl)과 셸(Shell)이다. 펄은 주가 부양을 위한 재료, 셸은 주가조작의 대상 회사를 말한다.

이번 쌍용차 인수전을 보면 '펄'과 '셸'이 뚜렷하다. '쌍용차 인수'는 보기 드문 양질의 '펄'이었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기회를 잡아보려는 개인투자자들이 줄을 섰다.

이를 적극 활용한 에디슨EV는 '셸'이다. 주가조작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쌍용차 인수라는 재료가 주가 급등의 원인임에는 분명하다.

지난해 6월 1000원대이던 에디슨EV의 주가는 반년 만에 8만원까지 치솟았다. 인수 작업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가가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1년 전 주가 대비 10배에 달하는 1만원대다.

주가는 호재를 기대하며 뛰어올랐지만 드러난 실체는 초라하다. 에디슨EV의 회계감사를 진행한 삼화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2021년 말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초과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발행해 회사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쉽게 풀어 쓰자면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현금이 벌어들일 현금보다 적고, 이에 현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더 쉽게 말하자면 올해 부도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이번 감사의견 거절로 회사의 부담은 더 커진다. 감사의견 거절에 따라 지난해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기한이익상실' 이슈가 발생했다. 액수는 800억원에 달한다. 에디슨EV 측은 732억원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는 상환청구를 하지 않는 추가확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지만 내년이라고 해서 뾰족한 수가 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에디슨EV는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쌍용차에 대한 인수 대금도 납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외부 자금 조달 여력도 자신할 수 없어 보인다.

결국 우려하던 그림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부실한 기업을 저렴하게 인수해 CB와 BW를 찍어내고 이를 다른 기업 인수에 사용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기업사냥이다. 실제로 에디슨모터스 측은 에디슨EV 외에도 지난 3월에는 6년째 적자에 허덕이던 유앤아이라는 다른 상장사도 이 판에 끼워 넣었다.

관련 딜을 이끈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는 이번 인수 무산에서도 금전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주주들의 피해는 속출하고 있다. 쌍용차와 채권단은 허송세월을 보냈다. 도무지 이런 회사가 어찌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었나 하는 의문만 남긴다.

인수전 초기부터 각계각층에서 에디슨 컨소시엄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를 애써 무시한 산업은행과 금융감독원의 대응이 아쉽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쌍용차 인수전마저 이런 기업사냥의 '펄'로 쓰이는 것을 제대로 관리·감독 하지 못한 책임은 져야 하지 않을까.

에디슨EV는 쌍용차 매각을 주도하는 당국 입장에서 유일한 동아줄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썩은 동아줄인지 멀쩡한 동아줄인지 정도는 가렸어야 한다. 당국은 현재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어도 유죄고 알았어도 유죄다. 인수전에 얼룩진 똥도 닦고 겨도 닦아야 하는 책임은 당국이 가장 크다.
강현창 기자 kanghc@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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