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하락에 차익 실현 나선 영향
LCR 높을수록 유동성 대응 능력 양호
[이코노믹데일리] 최근 비상계엄 후 탄핵 정국으로 이어진 경제 불확실성 속에 은행들이 유동성 관리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환율이 요동치면서 외화 자금 운용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 예금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비상계엄 당시인 지난 3일 은행들의 달러 예금 잔액은 612억1700만 달러에서 4일 605억61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하루 만에 6억5600만 달러(한화 93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금융시장 불안정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원화값이 폭락하자 차익 실현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후 탄핵소추안 가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 예금은 증가세를 보였다. 2차 탄핵소추안 가결 전날인 지난 13일 기준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626억9100만 달러(한화 91조원)다.
이와 함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대외 리스크와 글로벌 강달러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1400원대 이상 고환율 기조가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에 따라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하면 기업과 은행은 외화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환율이 치솟으면 외화 표시 자산이나 해외 출자금에서 신용 위험가중자산(RWA) 등이 늘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 주요 금융지주는 환율이 10원 올라가면 자기자본비율이 약 0.01~0.02%p 떨어진다고 추산한다.
금융당국과 은행 등 업권은 환율을 비롯한 주요 지표의 변동에 따른 관리 및 대응을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금융 안정과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 변동 확대 시 마련된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즉각적 시장안정 조치를 실행하고, 외화자금 동향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금융사의 충분한 외화 유동성 확보를 지도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환율 상승 및 위험 가중자산 증가에 다른 자본비율 영향도 세밀히 점검하고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기업에 대해서는 빈틈없이 자금을 공급하고,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은 맞춤형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아울러 사이버 위협에 대응해 금융권 정보기술(IT) 안정성 및 비상계획 점검을 지도하고, 유관 기관과 즉각적 사고대응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현재 주요 은행들은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관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외화 이탈 방지를 위해 규제 기준보다 2배 이상 높게 유지 중이다. 은행의 자금조달능력 측정 지표인 LCR이 높을수록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대응 능력이 좋다는 뜻이다.
현재 은행들은 규제에 따라 30일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부채의 80%에 해당하는 유동성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은행 외화 LCR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LCR 규제 기준을 웃도는 수치로 관리하면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트럼프 2기 출범으로 환율 상승 등 변동성 우려는 이어질 것으로 관측돼 내년에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다혜 기자 dahyeji@economi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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