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도심지 방어 때 민간인 지역에 무기 배치…러에 공격빌미 제공해"
우크라군 "도시 지키지 말라는 말이냐" 항변
러군 공습받은 '어린이 등 수백명 대피' 우크라 마리우폴극장 |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면서 전 세계의 비난을 받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방어 전략에도 일부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각 도시를 점령하기 위해 총 공세를 가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저지하고자 하면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러시아가 도시를 공격할 때 전통적인 시가전 방식이 아닌 무차별 공습과 포격을 진행하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민간인과 민간시설을 방패 삼아 러시아군을 공격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이런 주장이 거짓이라고 맞서고 있다.
러시아는 마리우폴에서 러시아어로 '어린이'라고 표시된 극장을 공습해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인권 운동가들은 러시아가 민간인 시설을 공격하는 것을 비난하면서도 민간 지역에 중장비를 배치하고 요새화하는 우크라이나군의 전략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러시아에 공격의 빌미를 줘 전쟁 범죄의 책임을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일하고 있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리처드 위어 연구원은 "만약 군사 장비가 민간인 지역에 있었고, 러시아가 군사 장비를 공격했다고 말하면 그들이 고의로 민간 시설과 민간인을 공격했다는 주장이 약해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병력과 장비들을 민간인 거주 지역에서 철수해야 하고,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민간인들을 해당 지역에서 이동시켜야 한다며 "군사 장비는 합법적인 표적이기 때문에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전쟁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군 산부인과 병원 폭격에 부상한 우크라 마리우폴 임부 |
이와 관련 WP는 실제로 아파트 주변에 대전차 로켓과 대공포, 장갑차 등이 배치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영국 미들섹스 대학의 국제법 교수인 윌리엄 샤바스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침략자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민간인 사상자 책임을 묻는 것이 꺼려진다"며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전투를 민간인 지역으로 끌고 오면서 민간인에 대한 위험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런 주장이 말이 안 된다고 항변했다. 주택이나 민간인 시설을 지키기 위해서는 근처에 병력을 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키이우를 지키는 우크라이나 112 국토방위여단의 대변인은 "만약 우리가 당신의 논리를 따른다면 우리는 우리 도시를 지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도 WP의 서면 질의에 "우크라이나 의회가 승인한 우크라이나의 군사 원칙은 '총체적 방어'(total defence)"라면서 "국토방위군이나 자위군은 그들의 집을 지킬 법적 권한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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