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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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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대표 인선 놓고 청와대 대 인수위 충돌···신구권력 갈등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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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1·2분과, 과학기술교육분과 업무보고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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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청와대가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선임을 두고 31일 정면 충돌했다. 인수위는 “직권남용 소지가 다분한 임기말 알박기 인사”라고 밝혔고, 청와대는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지난 28일 회동 이후 봉합 국면에 들어갔던 신·구 권력 갈등이 사흘 만에 민간기업 대표 인선을 두고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논의 등 순조로운 정권이양 작업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10시20분쯤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임기말 부실 공기업 알박기 인사 강행에 대한 인수위 입장문’을 발표했다. 원 부대변인은 “대우조선해양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동창으로 알려진 박두선 신임대표를 선출하는 무리수를 강행했다”며 “외형상 이사회 의결이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고 하지만 사실상 임명권자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한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는 대선 전인 지난 2월24일 총 8명 후보 면접 절차를 거쳐 박 대표를 대표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8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박 대표를 선임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민간기업이다. 산업은행이 지분 55.7%를 보유하고 있다. 박 대표는 1986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2019년 9월부터 조선소장(부사장)을 지냈다.

원 부대변인은 금융위원회가 임기말 인사를 중단하라는 지침을 두 차례 보냈지만 박 대표가 선임된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 인사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 원 부대변인은 “은행권 관리감독 기관인 금융위는 산업은행에 유관기관에 대한 현 정부 임기말 인사를 중단하라는 지침을 두 차례나 내려보냈고 인수위는 그 사실을 업무보고 받았다”며 “금융위로부터 인사 중단 방침을 전달받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지침을 제대로 통보하지 않은 사유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 노무현 정부 때 금융위 부위원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 산업은행 초대회장으로 4년 넘게 자리를 지켰다”고 했다.

원 부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직권남용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대통령 동생의 동창으로 지목된 인사를 임명한 것은 관리감독 기관인 금융위의 지침을 무시한 직권남용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원 부대변인은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대상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지칭하는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비상식적 인사에 관련한 모든 분이 다 포함된다”고 답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5년 전 취임하기 전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정권 교체기 인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박 대표가 대선 전인 지난 2월말 임명이 내정이 됐는데 왜 이제와 알박기라고 주장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서는 “이제 인수위가 보고를 받아서”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반박했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2시35분쯤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선임에 대해 인수위가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며 비난했기에 말씀드린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밝혔다. 또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으로는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의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이번 인선에 전혀 개입하지 않은 것은 물론, 윤 당선인 측에서 생각하는 인사가 따로 있어 인사에 개입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지난 28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으로 신구권력 간 갈등이 진정되는 분위기가 깨질까봐 입장 표명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있었다. 그러나 인수위 측이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는 표현을 동원해 문 대통령을 비난한 것을 넘어갈 수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회동에서 직접 새 정부 출범에 협조할 뜻을 밝혔는데도 윤 당선인 측이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다며 난감함과 분노를 동시에 표하고 있다.

인수위는 청와대 입장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입장은) 기가 막힌 일이다. 인수위가 그 자리에 왜 눈독을 들이냐”며 “저희가 원하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경영)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민의 혈세를 조금이라도 환수할 수 있는 전문가가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인수위가 대우조선해양 대표 선임 문제로 맞부딪치면서 한국은행 총재, 감사원 감사위원 등을 두고 촉발됐던 양측의 인사권 대립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 갈등이 재점화하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지출 승인 등 정권이양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 당선인 측에서도 양측 갈등의 재발을 우려하는 기류도 읽힌다.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선인께 협의드리거나 의견을 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통의동 사무실 앞에서 ‘박 대표 인선이 임기말 알박기라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글쎄, 그건 뭐 제가 언급하는 게 적절하겠습니까”라며 말을 아꼈다.

유설희·정대연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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