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상승세가 3월까지 지속되며 올해 들어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이 지난해보다 18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투자를 늘리고 정부 정책에 따라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 대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경기가 둔화되고 정부 정책자금 지원이 끊기면 부실화의 뇌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3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653조9072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2052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한 분기 증가폭은 18조194억원에 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1~2년 기업들이 풍부한 유동성을 갖추고도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를 예측할 수 없어 투자를 제한했고, 이로 인해 기업대출 실적도 부진했다"며 "기저효과로 인해 올해 기업대출 상승폭이 전년도의 10배가 넘는 은행도 있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의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가계대출이 기준금리 상승 전망과 각종 자산시장의 상승세 둔화로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 반대 양상이다. 기업대출은 코로나19 사태로 오랜 기간 지출을 자제해왔던 기업들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은행들도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기업대출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내부적으로 기업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전년 대비 200%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가계대출에서 성장 제한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금융과 캐피털 시장 영역에 더욱 힘을 모아 성장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H농협은행은 2023년까지 수도권 기업금융센터를 기존 49곳에서 71곳으로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금융센터는 일반 영업점에 비해 넓은 범위의 전결권·심사능력을 갖추고 기업금융 전문인력 비중을 높인 점포다.
전체 은행권의 기업대출 증가세도 역대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2월 은행권 기업대출 증가폭은 19조6000억원으로 통계가 제공되는 200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간 15조원을 넘는 기록이 드물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증가세는 더욱 돋보인다. 앞서 1~2월 기업대출 증가폭이 15조원을 넘었던 것은 2008년과 2021년뿐인데 이는 각각 세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기업대출이 확대됐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기업대출 증가세 상당 부분을 개인사업자(소호) 대출이 차지하는 것은 우려를 키운다. 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3월 말 305조5528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362억원 증가했다. 분기 증가폭은 5조8313억원으로 전체 기업대출 증가분의 32.4%를 차지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던 지난해보다 상승세가 조금 둔화됐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빠른 수준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2월 전체 예금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약 4조9000억원으로 예년의 2조~3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1~2월에는 증가폭이 6조6000억원에 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 사태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를 지원하는 정책자금이 지난해 본격적으로 지급되기 시작하면서 개인사업자 대출이 빠르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상공인 대출은 투자 목적보다 긴급구호 성격이 강해 부실률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받은 대출액이 130조원을 넘나들고 있으며 정부·정치권에서는 추가적인 만기연장·상환유예와 함께 이자율 감면과 빚 탕감 조치까지 논의되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추가 금융 지원 정책이 도입되면 자연스레 금융권에서 재원을 분담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여타 기업대출과 달리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는 은행권 경영에 부담을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문재용 기자 /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