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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연합시론] 공허한 '집무실 이전' 힘겨루기로 남은 것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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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대통령집무실 이전' 예비비 의결 위한 임시국무회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부는 6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 중인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360억 원을 의결했다. 당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제시한 496억 원보다 136억 원 적은 수준이다. 한미연합훈련 유관부서가 있는 국방부 몇 개 층의 이사가 안보상 이유로 늦춰지면서 1차 예비비 소요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집무실 이전을 안보 논리로 반대했던 청와대 주장이 실무협상 과정에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나머지 예산은 추후 진행 상황을 보면서 추가 협의를 하겠다고 하니 아직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양측이 예산 문제에 합의한 것은 평가할만 하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집권 여당이 초장부터 강력히 반대하면서 신구권력 갈등을 촉발했고, 이 때문에 여론도 찬반양론으로 급격히 갈렸다. 김 총리는 예비비를 의결하면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는 찬반을 떠나 차기 정부가 판단할 몫"이라며 "이에 대한 당선인의 의지가 확실한 이상 결국 시기의 문제이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새 집무실은 새 리더십이 결정할 문제지 구권력이 왈가왈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용산 이전이 명분과 시간에 쫓겨 다소 졸속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지만 우려와 비판은 정치권과 여론에 맡기고 현 정부는 새 정부의 집무실 이전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게 순리였다. 결국 한 달 동안 공허한 힘겨루기만 하다가 새 대통령이 취임 후에도 한 달 가까이 인수위 사무실에서 일해야 하는 초유의 일이 불가피하게 됐다. 뒤늦게나마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한 만큼 더 이상의 극한 대립은 자제하고 순조로운 정권 이양 작업에 매진해 주기 바란다.

공교롭게 청와대는 예비비 안건 의결 전날 청와대 쪽 북악산 등산로 개방을 전격 발표했다. 청와대는 등산로를 개방하면서 "2017년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밝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나 임기를 한 달 밖에 남겨 놓지 않은 대통령의 뒤늦은 공약 이행을 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것은 제왕적 리더십 탈피라는 상징성과 함께 청와대를 국민의 품에 돌려준다는 의미도 크다. 김신조 사건 이후 54년간 우리 국민들이 접근할 수 없었던 북악산 산책로가 시민들에게 개방되는 것은 서울의 새로운 명소 하나가 탄생하는 것이기도 하다. 탁현민 비서관은 "숲길 하나 개방하는 데도 많은 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고, 청와대 보도자료는 "임기 내 북악산 완전 개방은 이미 오래전에 정해졌던 일"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이 집무실 이전을 이처럼 강경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던들 청와대가 과연 퇴임 직전에 북악산 산책로를 개방했을지 의문이다. 청와대를 시민의 품에 돌려줬다는 공치사를 윤 당선인 측이 독점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거나, 5월 10일 이후 청와대 전면 개방을 물타기 하려는 심사에서 등산로를 갑작스레 개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온 나라를 뒤흔든 거대한 권력 충돌이나 갈등이 이런 치기 어린 기 싸움 때문이었다면 이들에게 생명과 재산을 맡긴 국민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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