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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청소년 공략·주담대 비대면화…이제는 시중은행이 따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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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편집자주] 국내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된 지 꼭 5년이다. '기대반 우려반'으로 출범했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금융 일상의 시공간 제약이 사라지고, 금융산업의 비대면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다섯 살이 된 인터넷은행의 혁신 시도가 바꾸고 있는 금융시장의 변화상을 들여다본다

[MT리포트-인터넷전문은행 5년, 금융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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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 5년 동안 기존 은행이 하지 않던 시도들을 해왔다. '10대 청소년'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했고, 비대면화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받아 온 주택담보대출을 상당 수준 비대면화했다. 이에 최근 시중은행은 은행업계 막내인 인터넷은행을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은행권 내에서 인터넷은행을 경쟁자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트렌드가 된 인터넷은행 상품·서비스

카카오뱅크는 2020년 은행권 최초로 10대 청소년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카카오뱅크 mini(미니)'를 출시했다. 만14세부터 만18세까지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없는 청소년들이 계좌 없이도 입금·송금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확보했고, 현재는 120만명 이상의 청소년이 사용하고 있다.

이후 1년 사이 시중은행에서 유사한 서비스가 쏟아졌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6월 '아이부자' 서비스를 내놨고,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각각 지난해 10월, 11월 '신한 밈(Meme) 카드', '리브 넥스트(Liiv Next)'를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10대 청소년 뿐만 아니라 아동으로까지 타깃 고객을 넓혔고, 신한·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와 같이 만14세~만18세 청소년을 이용 고객으로 정했다.

틈새시장 공략 외에도 기존 상품·서비스를 파격적으로 바꾼 사례도 있다. 토스뱅크의 수시입출금 통장인 토스뱅크통장이 대표적이다. 수시입출금 통장은 고객이 언제든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통장으로, 금리가 수신 상품 중 가장 낮다. 대부분 금리는 1% 이하였는데 토스뱅크는 금리를 예치금 1억원 이하에 대해 일괄 2%로 설정했다. 대중교통이나 편의점을 이용하면 현금 소액을 환급해주는 혜택도 달았다.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수시입출금뿐 아니라 예·적금 고객까지 유출될 수 있다고 판단, 최근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리를 올리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 비교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년 만기 기준 예금 금리는 최고 2.05%이고, 적금의 경우도 대부분 2%대에 머무르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예·적금 잔액이 사실상 늘지 않았는데 토스뱅크통장 영향이라는 분석이 있다"며 "예·적금 고객 확보를 위한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산업 구조에 도전장…비대면 영역 확대

인터넷은행들은 상품·서비스에서 나아가 산업 구조 자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수신과 신용대출에서 비대면화를 가속화한 인터넷은행들은 비대면 영업 범위를 넓히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주택담보대출이다. 주담대는 비대면 전환이 까다로운 대출로 꼽힌다. 우선 신용대출과 달리 필요한 서류가 복잡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는 대면으로 해야 한다. 아파트 외 주택에 대해선 현장 실사와 시세 책정이 필요하다.

케이뱅크가 가장 먼저 주담대 비대면화에 도전했다. 2020년 케이뱅크는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출시했다. 케이뱅크는 전자상환 위임장을 도입해 제출이 필요한 서류를 10여종에서 2종으로 간소화해 대출 실행이 2일 내에 이뤄지게 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월 주담대를 출시했다. 챗봇을 통해 대출이 진행되는데, 현재까지 고객 94.5%는 추가 상담을 받지 않았다. 소유권 이전 등기는 대면으로 하고 있지만, 향후 단독 주택 등에 대한 시세 평가는 외부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해결할 계획이다.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경쟁이 촉진됐다. 인터넷은행들은 플랫폼 경쟁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비금융 정보를 활용하는 대안 평가모형을 속속 구축했다. 토스뱅크는 택시 결제·쇼핑 내역 등을 활용하는데, 거래 시간까지 신용 평가에 활용한다.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비금융 정보 활용 비율은 40%에 이른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은행들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에 한계가 있다"며 "인터넷은행들의 고도화 속도가 매우 빨라 은행들은 우선 핀테크와의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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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기업대출 확대, 건전성 관리 전략이 성패 갈라

다만 은행권은 앞으로가 '진짜'라는 시각이다. 인터넷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대출 영업을 확대했지만 여전히 진출 분야가 좁다. 주담대의 경우, 카카오뱅크가 최근 '시세 9억원 미만 아파트'라는 제한을 해제했지만 여전히 수도권 소재 아파트에 대해서만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기업대출 부문엔 토스뱅크만 진출했다. 그것도 신용 평가에 기반을 둔 개인사업자 대출로 가계대출 성격이 짙다.

은행들은 담보 평가·현장 점검에 더해 '별도 영업'까지 필요한 중소기업·대기업 대출 분야에 인터넷은행이 진출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사실 가계대출에 가깝다"며 "우량 기업들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 심사 기법은 수십년의 현장 경험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대출은 특히나 영업이 중요한데, 인터넷은행들은 영업 기반이 없다"고 덧붙였다.

중저신용자 대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말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각각 17%, 16.6%, 23.9%로 각각 목표치 20.8%, 21.5%, 34.9%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인터넷은행 3곳이 제시한 목표는 각각 25%, 25%, 42%다. 이들이 올해 최우선 과제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로 잡으면서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선 이유다.

하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는 건전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부실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충당금을 더 쌓는 등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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