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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레이더P] 15년전 데자뷔, 文·尹 집무실 이전 갈등·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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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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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 벌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신구(新舊) 권력 갈등이 일단락됐다. 정부가 6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윤 당선인이 추진하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360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처리하면서다. 지난달 20일 윤 당선인이 청와대 용산 이전을 결정한 지 17일 만이다. 문 대통령 퇴임과 새 정부 출범을 불과 34일 앞두고서다.

한국은행 총재, 감사원 감사위원 등 임기 말 문 대통령 인사권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던 양측은 윤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 계획으로 폭발했다. 급기야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까지 열어 제동을 걸면서 양측 간 충돌이 전방위 확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 만찬회동에서 "집무실 이전은 오롯이 차기 정부의 몫"이라며 "예산을 따져서 협조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가까스로 갈등은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는 지난달 22일에 이어 5일 국무회의에서도 처리되지 못했지만 이날 당초 인수위가 제시한 496억원에서 국방부 청사 리모델링과 경호처 이전 비용 일부를 삭감한 채 의결하며 일단 첫 삽은 뜰 수 있게 됐다.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 간 회동이 역대 가장 늦은 대선 후 19일 만에 열리는 등 임기 말 정권 이양 작업이 극심한 불협화음을 내면서 15년 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 간 갈등이 재소환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인수위는 과거 이명박정부가 했던 것 이상으로 과격하다"며 "이쪽 진영에선 그때보다 더 엄혹한 시절이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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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노무현대통령과 이명박당선인이 청와대 백악실로 들어오고있다 2007.12.28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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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집무실 이전처럼 당시에는 정부조직 개편이 갈등의 핵이었다.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당선인은 2008년 1월 16일 18부4처였던 정부조직을 13부2처로 대폭 축소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노무현 대통령은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인수위가 마치 새 정부인 것처럼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권한 범위를 넘는 일"이라며 "새 정부가 할 일은 새 정부에서 하는 게 순리"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떠나는 대통령에게 서명을 강요할 일이 아니라 새 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공포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정부조직 개편안이 제출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히면서 양측 간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번 집무실 이전 갈등은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 측의 '속도전'에 따른 안보 공백을 문제 삼으면서 확대됐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예상되는 데다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된 상황에서 안보의 축인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이전으로 대북 대응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5년 전 노 대통령은 이 당선인의 정부조직 개편이 참여정부 정신을 훼손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조직 개편 비용이 얼마나 되고 업무 혼선으로 인한 행정력 손실은 얼마인지 분석해봤나", "정보통신부는 언제 왜 생겼는지아십니까", "여성부에서 귀한 대접을 받던 업무가 복지부로 가면 서자 취급을 받지 않을까", "경제부처로부터 독립돼 있던 예산기능이 다시 통합되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은 어떻게 될까".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인수위를 겨냥한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에서 수년간 공들여 다듬은 정부조직을 인수위 출범 20일 만에 개편안을 확정하고 1~2주 만에 국회에서 처리한다고 한다"며 "이게 토론이 필요 없는 일이냐. 국민들은 알 필요도 없는 일이냐"고 강하게 반박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명박 인수위의 행태에 강한 불쾌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회견에서 "참여정부 국장들이 인수위에 불려가 호통을 당한다. 5년간 정책에 대한 평가서를 내라고 한다는데 반성문 써오라는 것 아닌가"라며 인수위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 정책과 차별화하면 무조건 선이라는 건 포퓰리즘"이라며 "소금을 계속 뿌리면 저도 깨지고 상처 입겠지만 계속해보자"고 거칠게 반응했다.

이번 정권 이양 과정에서도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양측 간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을 두고도 인수위가 '알박기'라며 비판하자 청와대가 "인수위가 눈독 들일 자리가 아니다"고 맞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새 정부 출범 한 달을 앞두고 일단 갈등을 봉합했다. 15년 전에도 노 대통령과 이 당선인 간 힘겨루기가 펼쳐지다 여야가 고위급 협상팀을 꾸려 통일부, 여성가족부 등 일부 부처를 존치하는 선에서 합의하며 일단락됐다. 극심한 갈등을 빚던 정부조직 개편안은 새 정부 출범 4일 전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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