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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쌍용차 인수전

'쌍용차 폭탄 돌리기' 개미만 피눈물…에디슨 쌍방울 이어 KG그룹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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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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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인수 후보로 거론된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널뛰기를 거듭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의도적인 주가 띄우기로 쌍용차 인수가 악용돼 개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나섰다.

쌍용차 인수 의사를 밝힌 KG그룹 계열사 주가는 7일 일제히 급등했다. KG동부제철우는 가격제한폭(29.71%)까지 오른 1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KG동부제철(29.76%), KG ETS(4.11%), KG케미칼(3.78%), KG모빌리언스(3.03%) 등의 주가도 올랐다. 이에 따라 이날 장 마감 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KG동부제철 우선주를 8일 하루 동안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한다고 공시했다. 4월 21일까지 추가로 주가가 급등할 경우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투자은행(IB)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KG그룹은 6일 쌍용차 매각 주관사 EY한영회계법인에 인수 참여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KG그룹 측도 "매각 주관사로부터 투자설명서(IM)를 받아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KG그룹은 동부제철(현 KG스틸) 인수 당시 손을 잡았던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난달 28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된 이후 31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인수 경쟁에 뛰어든 쌍방울그룹 계열사 주가는 이날 일제히 급락했다. 쌍방울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7.81% 내린 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쌍방울 계열사인 미래산업(-18.16%), 나노스(-14.21%), 광림(-11.76%), 아이오케이(-10%), 비비안(-7.33%)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쌍방울그룹 컨소시엄에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KH 필룩스(-10.94%)와 계열사인 KH E&T(-4.26%) 주가도 떨어졌다.

지난 4일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한 또 다른 중소기업 이엔플러스의 주가도 이날 전 거래일보다 16.99% 하락한 4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계열사인 에이티세미콘 주가도 17.61% 떨어졌다.

IB업계에서는 쌍용차 인수전으로 주가가 널뛰기를 하는 가운데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들이 인수에 과연 진심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쌍용차 인수에는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쌍용차 인수에 뛰어든 쌍방울그룹, 이엔플러스 등의 자금력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쌍방울그룹의 지난해 연결 기준 유동자산은 2713억원가량이고, 이엔플러스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50억원에 불과하다. 다만 KG그룹 컨소시엄의 경우 계열사인 KG ETS가 최근 국내 한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한 폐기물 사업부 등의 매각대금 5000억원이 하반기에 들어올 예정이긴 하다. 현재 거론되는 인수 후보 중에는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덜 부족한 후보로 평가받지만 KG그룹 역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한 IB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를 인수해 실제 운영하려면 에디슨EV 측이 제시했던 인수금액 3000억원 외에도 매년 수천억 원의 운영자금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가에는 현재 인수자로 나선 후보들 대부분이 자력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해 기업을 살릴 역량이 있느냐는 질문엔 회의적인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일각에선 인수 추진 의사를 밝힌 상장사들이 금융당국의 우려대로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운 게 아니냐는 의문까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인수 의사를 밝히고 주가가 급등한 에디슨EV의 사례를 본 일부 상장사들이 주가를 띄우기 위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이들 상장사에 기대감으로 투자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들 기업이 인수 의사를 밝히거나 매각 주관사로부터 투자설명서를 받아갔을 뿐 어떠한 구속력 있는 행동을 취한 게 아닌 만큼 언제든지 인수 추진 의사를 접을 수 있고, 이 경우 기대감에 올라간 주가 급락의 희생양은 개인투자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미래산업의 경우 주가 상승을 틈타 계열사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미래산업은 보유 중이던 아이오케이 주식 647만6842주를 124억1479만원에 지난 4일자로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매각가는 1917원 수준으로 쌍용차 인수전 참여 이슈로 주가가 급등하기 전날인 지난달 31일 종가 1235원과 비교하면 55%가량 높다. 미래산업은 처분 목적을 '주식 매각에 따른 현금 유동성 확보'라고 밝혔다. 쌍방울그룹은 차익 실현은 없었고, 주식 매각은 회사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인수설에 따른 주가 널뛰기가 계속되자 금융당국도 입을 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 6일 임원회의에서 인수 참여 기업의 주가 변동폭이 커짐에 따른 불공정거래 개연성과 투자자 피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자리에서 정 원장은 "특정 테마주에 대한 신속한 대응 차원에서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체계적 협력을 통해 조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특히 불공정거래 혐의가 발견되는 경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협의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발견된 위법행위에 대해선 엄중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제관 기자 / 강봉진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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