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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 침공] 러 또 집속탄 사용 의혹…사실이면 더 잔혹한 전쟁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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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살상 탓 조약으로 금지…다만 러·우크라·미 미가입

민간인 노릴 땐 그대로 전범…"전장에 있어선 안 되는 무기"

연합뉴스

미사일을 맞아 피란길에 희생된 우크라이나인
[AFP=연합뉴스.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전쟁범죄 무기 사용 논란이 재확산하고 있다.

러시아가 8일(현지시간) 피란민이 몰려들던 우크라이나 동부 기차역을 공격할 때 집속탄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무기를 쓰는 러시아군의 행위가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속탄은 넓은 지역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무기다. 로켓이나 폭탄에 장착돼 공중에서 수많은 소형 폭탄을 살포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살포된 일부 소형 폭탄은 불발 상태로 남기도 하는데 잘못 건드릴 경우 폭발하면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 추가적인 피해를 보기도 한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러시아가 도네츠크주(州) 북부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에 있는 기차역을 공격하면서 집속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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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로켓 공격' 30여명 사망자 발생한 우크라 철도역
(크라마토르스크[우크라이나] AFP=연합뉴스) 피란민이 이용하는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의 철도역이 8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어로 '어린이를 위해'라고 적힌 토치카-U 대형 로켓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영철도회사는 러시아군이 쏜 로켓 두 발이 이곳을 타격해 30명 이상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의 부상하는 인명 피해가 났다고 전했다. [2022.04.08 송고] jsmoon@yna.co.kr


당시 목격자들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초기 폭발 이후에 폭발이 4~5차례 뒤따랐다며 집속탄 사용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WP가 찍은 현장의 미사일 잔해 사진을 본 무기 전문가들은 이를 토치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판단했다.

미사일은 집속탄 장착이 가능한 무기로, 현장 미사일 잔해에는 '9M79-1' 표시가 있다고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MIIS)의 제프리 루이스 교수가 밝혔다.

9M79 시리즈 토치카 미사일은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한 병원에 사용했다고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주장한 무기다. HRW는 당시 공격에 사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9N123 집속탄이 탄두로 장착된 9M79 시리즈 토치카 탄도미사일의 잔해 사진을 확인한 바 있다.

9M79 시리즈 토치카 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7천피트(약 2.1Km) 상공에서 폭발하면서 9N123 집속탄 탄두 안에 있는 50개의 소형 폭탄을 살포하게 된다. 이어 이 소형 폭탄들이 다시 폭발하면서 날카로운 파편이 비산하게 된다.

이 집속탄은 러시아의 스메르치 다연장 로켓에도 장착될 수 있다. 이 다연장 로켓은 하르키우 전장에서 목격됐으나 집속탄 장착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WP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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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서 사용돼서는 안될 무기'로 지탄받는 집속탄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집속탄은 2010년 발효된 집속탄사용금지조약(오슬로 조약)에 의해 사용이 금지돼 있다.

집속탄의 사용, 생산, 비축, 이전을 금지하는 한편 기존 집속탄의 폐기를 규정한 조약에는 100여개 국가가 참여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가입하지 않았다.

HRW는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이 집속탄을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했다.

러시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시리아에서도 집속탄을 사용했다고 국제 인권단체들이 밝힌 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시리아전에서의 전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도 이 조약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다. 이는 북한이 집속탄을 사용해 공격할 경우 맞대응으로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한 군사 전문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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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S-1A 다연장 로켓 발사대에서 발사되는 열압력탄
[러시아 국방부 트위터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뒤 다른 지역에서 또다른 무차별 살상무기인 '진공폭탄'(열압폭탄)을 사용한 의혹도 사고 있다.

탱크에서 발사되는 열압력탄은 두 단계 과정을 거쳐서 폭발하게 된다. 미세 연료와 금속 물질로 된 에어로졸을 만든 뒤 이를 발화시켜 초고온·초고압을 만드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주변 공기가 전소하기 때문에 '진공 폭탄'으로도 불린다.

러시아 다연장 로켓 발사대 'TOS-1A'는 열압력탄 발사가 가능하며 우크라이나에서도 목격됐다. 러시아는 이 TOS-1A를 '화염방사기'로 부르고 있으며 러시아 국영 무기 수출 기관 홈페이지에는 이 무기에 대해 "적들에게 지옥을 선사할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열압력탄은 재래식 폭탄과 달리 피하기 어렵다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터널, 벙커, 요새 등에 있는 목표물을 제거하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문제는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에서는 민간인도 같이 살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집속탄과 열압력탄 모두 민간인을 대상으로 직접 사용될 경우 제네바협약 위반이다.

린다-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지난달 유엔에서 "우리는 러시아군이 치명적인 무기류를 우크라이나로 이동시키는 비디오를 봤는데, 집속탄과 진공폭탄을 포함한 이들 무기는 전장에 있어선 안 된다"면서 "이들 무기를 민간인 대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제네바 협약에서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열압력탄 자체는 국제법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가전에서는 민간인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민간인을 직접 겨냥할 경우 전쟁 범죄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국제형사재판소(ICC)와 유엔, 미국, 유럽,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범죄와 인류에 대한 범죄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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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파편 바라보는 우크라 도네츠크 소방대원
(도네츠크 A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도심에서 한 소방대원이 토치카-U 미사일의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군 당국은 우크라이나군이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이 미사일이 이날 도네츠크 동부에 투하돼 주민 2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2022.3.15 alo95@yna.co.kr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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