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1타 강사에서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최근 6개월은 이렇게 정리된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쟁했던 그는 정작 내부 경쟁보다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알기 쉽게 정리한 유튜브 방송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대장동을 비롯한 부동산을 둘러싼 여러 복잡한 논리와 의혹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알리면서 ‘1타 강사’로 등극했다. 대입 학력고사 전국 수석, 서울 법대 수석 입학, 사법시험 수석 합격 등 ‘공부 천재 원희룡’ 의 이미지가 재부각한 것도 이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을 지명했다. 사진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인수위 사무실로 출근하는 원 후보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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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후보자의 정치이력은 그의 시험 이력 만큼 화려하다. 1964년생인 그는 36세인 2000년 16대 총선에서 ‘젊은피’ 수혈 케이스로 서울 양천갑에서 뱃지를 달았고, 2008년 18대 총선까지 내리 3선했다. 보수 개혁의 원조격으로, 남경필ㆍ정병국 의원과 함께 이른바 ‘남ㆍ원ㆍ정’의 멤버로 활약했다. 2012년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 후 2년간의 공백기를 가졌으나, 2014년 6월 지방선거 때 제주 지사 선거에서 이기며 곧장 재기했고, 2018년 연임에도 성공했다. 각각 새누리당과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는데, 이를 두고 정당을 넘어선 개인 원희룡의 정치적 상품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여세를 몰아 지난해 제주 지사직을 던지고 대선 출사표를 던졌지만 ‘윤석열 바람’을 뚫지 못했다.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지난해 7월 독대하며 처음 인연을 튼 원 후보자는 경선 후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을 맡아 공약을 총괄했다. 이때부터 윤 당선인의 신임을 얻은 그는 대선 후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기획위원장을 맡으며 윤석열 정부의 초석을 다지는데 힘을 보탰다.
윤석열 정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3선 의원이자 재선 도백(道伯)인 원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에서 중용될 거란 전망은 지배적이었다. 6ㆍ1 지방선거의 경기지사 후보로 거론되는가 하면, 차기 당 대표 후보군 중 한 명으로도 꼽혔다. 최근엔 내각 인선 과정에서 검증 동의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무위원 중 어느 자리에 갈지 정도가 관심이었다. 그러나 그가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된 것은 예상을 넘는 발탁이란 평가가 많다.
윤 당선인은 10일 원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면서 “3선 국회의원과 제주 지사를 두 차례 지내면서 제주형 스마트시티, 스마트그린 도시 등 혁신적인 행정을 펼쳤다.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히 주택을 공급하며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익명을 원한 국토부의 한 국장급 간부는 ”장관이 꼭 부동산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추진력있는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장동 1타 강사로서의 역할이 평가받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원 후보자는 ”대장동 같은 일이 안 나오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목표겠지만, 대장동을 잡으라고 장관을 임명한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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