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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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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우렁이 무침·수구레국 한 숟가락…쫄깃쫄깃 봄이 씹힌다[지극히 味적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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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창녕장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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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일장인 창녕장은 전통시장과 상설시장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어 장보기가 좋다. 창녕 양파의 제철은 6월부터. 지금 장에 나온 햇양파는 바다 건너 제주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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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 가득한 창녕 들판, 사방에 마늘·양파 무럭무럭

창녕행이다. 양파의 국내 최초 재배지, 우포늪을 품고 있는 창녕으로 떠났다. 예전부터 창녕에 가고 싶었다. 낚시꾼인 내가 우포늪을 외면하기는 어려웠다. 외면하기 어려웠지만, 이상하리만큼 창녕하고는 인연이 닿지 않아 가는 것은 더 어려웠다. 우포늪이 낚시금지구역이 되면서 우포늪에서 낚시하는 꿈은 접었다. 대신 사진 찍는 것이 취미가 되면서 여전히 우포늪은 로망의 대상이었다. 우포늪은 매력적인 사진 포인트다. 입맛만 다실 뿐 가지 못하다가 두근두근 설렘 가득 안고 경남 창녕으로 떠났다.

창녕에 들어서니 사방이 마늘과 양파밭이다. 창녕 양파는 옛날부터 유명했다. 1908년 원예모범장에서 처음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다. 민간에서는 창녕 대치면에서 처음 재배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를 기려 조형물을 마련해 놓았다. 창녕의 어느 곳을 보더라도 푸른빛이 가득했다. 따뜻한 봄 하늘 아래 넓은 들판에서는 양파와 마늘이 자라고 있다. 조금 짙은 색이 양파, 옅은 것은 마늘밭이다. 밭의 끝에는 화왕산이 창녕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시장에 가면 허여멀건한 색을 지닌 햇양파가 드문드문 보인다. 창녕장(3·8일장)에도 드문드문 보였다. 양파 최초 재배지인 여기 것은 아니고, 바다 건너 제주에서 수확한 햇양파다. 지금 나오는 것은 ‘햇것’이라는 거 빼고는 양파로서 매력은 떨어진다. 게다가 수분이 많아 보관하기 어렵다. 5월을 지나 6월이 돼야 본격적인 양파 수확철이다.

전통·상설시장 따라 길게 늘어선 장터, ‘탐색’ 어려웠지만
애들 손가락 만한 두릅·짧고 가녀린 돌미나리·잎이 핀 표고버섯
겉모습보다 향과 맛 내실 좋은 것 만나니 지갑 절로 열려

창녕장은 모양새가 길다. 전통시장 외에 버스터미널 근처에도 조그만 장이 선다. 전날 도착해 한 바퀴 돌았다. 한적한 모습에 을씨년스럽기도 했다. 상설시장이 있어도 여느 지방의 장터처럼 사람이 드물었다.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함이 밀려왔다. 과연 반전이 있을까? 의구심마저 들었다. 다음날 장이 서니 내 의구심은 기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상품과 사람이 넘쳤다. 을씨년스러운 모습은 간데없고 활력 넘치는 오일장의 모습이었다. 탐색하면서 오일장을 걸었다. 맘에 드는 것은 가격을 물어보기도 했다. 익숙한 시장이라면 바로 사겠지만, 처음 가는 곳은 탐색이 먼저다. 가다가다 어디가 끝인가 봤더니만 아직 중간 즈음이다. 전통시장과 상설시장 따라 길게 늘어선 장터다. 이런 모양새의 장터는 장보기가 쉽다. 사방팔방으로 뻗어 있는 큰 장터는 오히려 장보기가 어렵다. 탐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북 익산장이 대표적이다. 장은 크고 출입구가 사방에 있어 시장 구경하다가 지친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정보는 사람 따라 나도 장을 봤다. 처음 산 건은 첫물 두릅. 하우스에서 재배한 것과 달리 크기가 제각각이었다. 아직 애들 손가락 크기 정도였지만 두릅은 두릅이다. 양도 딱 작은 대야 하나만 있다. 대야 하나 분량 내놓고 팔고 난 뒤, 상인이 뒤에서 슬쩍 새로 꺼내놓는 경우가 많다. 이 할머니 뒤를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딱 팔 것만 가지고 나온 것이다. “이거 얼마예요?” “만원. 아침에 따러 갔더니만 이것밖에 없네.” 3월과 4월은 미나리가 제철이다. 시장에도 미나리가 많았다. 재배한 것은 통통하고 길쭉한 모습. 도랑이나 습지에서 자라는 돌미나리는 길이가 짧고 빈약하지만, 향은 가득하다. 향채는 향이 좋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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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랑이나 습지에서 나는 돌미나리는 길이가 짧고 연약하지만 향은 제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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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알리는 첫물 두릅.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것과 달리 크기가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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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양파가 재배된 창녕, 넓은 들판에 양파와 마늘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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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미나리 한 봉지 사고는 시장 초입에 있는 웅어 파는 할머니한테 갔다. 내륙에 무슨 웅어? 바다와 강을 오가는 웅어는 예전부터 횟감으로 이름 좀 날리는 녀석이다. 지금도 강과 바다의 경계에 있는 지역에서는 봄이면 웅어를 찾는 이들이 많다. 낙동강이 지나는 창녕이다 보니 웅어 먹는 습관이 남아 있었다. 웅어를 사면서 ‘여기 거냐’ 물으니 “전라도 거고, 여기 치는 조금 더 있어야 나온다”고 한다. 작은 김밥 도시락 크기가 1만원. 돌미나리 넣고 회무침을 하면 환상일 듯하다. 웅어를 사고 뒤돌아서는데 표고버섯이 눈에 들어왔다.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관심을 가지면서 쪼그려 앉으니 잎이 핀 표고버섯을 잘라 내민다.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을 때마다 표고 향이 나온다. ‘찐’이다. 시설 재배한 것에서는 날 수 없는 향이 지갑을 열게 했다. 미나리든, 표고버섯이든 향이 먼저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외형적으로 보이는 모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품고 있는 내실이 더 중요하다. 과실이나 채소를 모양 보고 고르면 안 된다. 그렇게 고르라고 해서도 안 된다. 향과 맛이 먼저다.

근처 도축장부터 우포늪·낙동강 흐르는 ‘최적의 장소’
우렁이와 들깻가루 어우러진 국물 ‘묘한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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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식감과 구수한 맛이 일품인 수구레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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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서기 전날에 장터를 찾은 이유는 수구레국밥 때문이었다. 시장통 주변으로 국밥집이 몇 집 모여 있다. 수구레라는 것은 벗겨낸 소가죽에 붙어 있는 아교질의 부산물이다. 그냥 콜라겐 덩어리라고 보면 된다. 수구레로 끓이면 수구레국밥, 사태와 무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 내면 장터국밥이다. 창녕장 수구레국밥이 유명한 이유는 근처에 도축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전부터 고기만 잡던 마을이 근처에 있어서 수구레 구하기가 쉬웠다고 한다. 도축장과 우시장이 있던 장터에 가면 수구레국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전부터도 먹어온 국밥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잠깐 나온 덕에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수구레국밥을 청하고 앉으니 이내 국밥이 나왔다. 잘 지은 밥을 조금씩 말았다. 그래야 밥과 국물을 오롯이 즐길 수가 있다. 수구레가 쫄깃하게 씹힌다. 고기를 씹을 때와 비슷한 구수함이 있다.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이 수구레다. 콜라겐 덩어리이지만 피부 미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위와 소장에서는 그저 단백질 덩어리일 뿐이다. 그거 먹는다고 피부가 좋아질 일은 없다. 우유나 달걀처럼 아미노산으로 소화되고는 필요한 장기로 보내질 뿐이다. 콜라겐 관련 식품을 사는 것은 복권보다도 헛돈 쓰는 것이다. 얼큰한 국밥 맛나게 먹으면 그만이다. 국밥은 해장으로 좋고 여럿이 간다면 무침 또한 좋겠다. 수구레의 쫄깃함을 제대로 맛볼 수 있을 듯하다. 삼오식당 (055)532-7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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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 천연 늪인 창녕 우포늪은 ‘출사’ 장소로도 사랑받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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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주변으로 식당들이 드문드문 있다. 그중에서 내 눈길을 끈 것은 논우렁이 음식점. 우포늪과 낙동강의 지류가 흐르는 창녕은 논우렁이 살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최적의 장소에서 자란 우렁이를 피하는 것은 예가 아니기에 맛을 봤다. 혼자였기에 무침에 공깃밥을 주문할까 했는데 다행히 무침과 국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정식은 1인분도 가능하다고 해서 정식으로 주문했다. 삶은 우렁이의 살을 발라내 새콤하게 무쳤다. 무침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비슷한 음식. 주인공의 식감에 따라 조금 달라질 뿐, 채소나 무침 양념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양념 맛은 예상하는 딱 그 맛이다. 다만 쫄깃하게 씹히는 우렁이 살 맛이 다를 뿐이다. 작년 여수에서 먹었던 준치회, 서대회와 다른 것은 주재료의 식감뿐이었지만, 그 맛이 궁금해 주문하는 것이 무침이다. 나온 무침을 큰 그릇에 넣고 비볐다. 우렁이와 들깻가루 넣고 끓인 국을 맛보니 묘했다. 한 입 먹고 나면 묘한 향이 돌았다. 향이 사라질 즈음 그 향이 궁금해 다시 먹었다. 밥 먹고 국 먹고 하다 보니 식사 끝. 나오면서 주인장에게 향의 정체를 물어보니 논우렁이 특유의 향이라고 한다. 우포늪 산책 나서기 전에 한 그릇 든든하게 먹고 출발하면 좋을 듯싶다. 우포랑 따오기랑 (055)532-4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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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이 들어가 밀면 질감을 내는 창녕 읍내의 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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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분점을 낼 정도로 잘 알려진 평양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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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에서 차가운 면, 막국수와 냉면을 먹었다. 읍내 중심에 오랫동안 사랑받는 막국수집이 있다. 강원도 막국수와 다른 식감과 맛이다. 면은 전분 함량이 높아 툭툭 끊기지 않는다. 가위의 도움이 조금 필요하다. 밀면 질감이다. 면 만들 때 밀가루 대신 메밀가루가 들어갔다고 보면 얼추 맞을 듯싶다. 막국수는 새콤한 양념이 얹힌 채로 나온다. 고추와 양파, 김치 그리고 찍어먹을 장이 함께 나온다. 이 장이 조금 특별하다. 여러 견과류를 듬성듬성 갈아서 넣었다. 고추를 찍어 먹으니 일반 쌈장과 다른 맛이 있다. 그냥 장만 먹어도 괜찮다. 식당은 막국수 하나만 한다. 일찍 갔음에도 오가는 이도 많고 포장도 많았다. 평양냉면 파는 곳도 창녕에 있다. 서울에 분점을 내기도 한 곳이다. 서울로 떠나기 전 맛을 보려고 갔다. 나온 모양새를 보니 간장이 들어간 육수다. 맛을 보니 한방의 향이 났다. 내 입맛에는 약간 거슬렸다. 식초를 넣지 말라는 친절한 설명이 있었지만, 설명은 참고일 뿐. 겨자와 식초 넣고 내 맘대로 먹었다. 내 기준으로 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 대중분식당 (055)532-8033, 연남옥 070-8830-1953

▶김진영 식품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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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식재료를 찾아 길을 떠난다. 먹거리에 진심인 만렙의 27년차 그린랩스 팜모닝 소속 식품 MD.


김진영 식품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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