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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러軍 떠난 후 고요함이 더 무섭다” 우크라 난민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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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의 자원봉사자인 줄리가 공개한 영상.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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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현지에 남아있는 민간인들의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은 충분한 식량이나 자원을 확보하지 못해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일(현지시각) 영국 BBC는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의 자원봉사자인 줄리와의 화상 인터뷰를 공개했다.

예술가인 줄리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후, 난민들을 돕기 위해 체르니히우에 남았다. 그는 현지 상황을 영상으로 기록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해왔다.

영상에는 폭격 소리에 놀라는 줄리의 모습과 러시아군의 공격에 부서진 건물, 식량을 받기 위해 줄 서있는 난민들의 모습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 영상에서 줄리는 한밤중 울리는 폭격소리에 크게 놀라 겁에 질린 표정으로 “오늘 (대피소가 아닌) 집에 머물기로 한 결정은 너무 멍청한 짓이었다. 매우 가까운 곳에서 뭔가가 터졌다. 내 방 창문에서 폭탄이 터져 번쩍이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줄리는 다른 영상을 통해서는 폭격에 무너진 건물들과 폭격으로 인한 화재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체르니히우 길 곳곳의 장면을 보여줬다. 그는 “이게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러시아군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식량뿐 아니라 물, 전기, 난방 등 모든 게 끊겼다”며 난민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빗물을 페트병에 담아 생활용수로 활용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어 “오늘은 인도적 지원 물품을 실은 버스 한 대가 도착했다. 음식을 보고 너무 기뻤다. ‘우리가 계속 살아남을 수 있겠구나’, ‘우리가 아직 음식을 얻고 먹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줄리는 러시아군이 현재 철수한 상황이지만 공포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요함이 무섭다. 러시아군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는 믿기 어렵다. 도시의 70%가 파괴됐다”며 “아무도 ‘끝났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그냥 떠났다고 믿기가 힘들다. 사실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자원봉사자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일이 블랙홀 같다”며 “충분한 식량을 지원하지 못한다고 매일 다른 난민들로부터 욕을 먹는다. 우리끼리의 또 다른 전쟁 같다. 이런 상황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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