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손실보상 등 새정부 정책논의 ‘제자리걸음’
공동정부 내홍 부각…윤-안 갈등도 표면적 봉합만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건물 현관 입구에서 윤석열 당선자와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이 현판식을 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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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가 오는 18일로 출범 한 달을 맞이하지만, 새 정부 국정운영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를 준비하기보단,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인수위 내홍만 부각된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현판식 때 내세운 “국정 운영의 목표는 국민 통합이다”, “일 잘하는 정부, 능력과 실력을 겸비한 정부가 되겠다”는 약속에도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정책실종’ 인수위…집무실 이전만 부각
인수위가 지난 한 달간 확정적으로 발표한 정책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한시 배제 △나이 계산법 ‘만 나이’ 통일 정도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교육·노동·연금·복지 관련 논의는 대선 공약 수준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윤 당선자가 10대 공약 중 1호로 강조했던 코로나19 긴급구조 및 포스트 코로나 플랜도 소상공인 손실보상 규모나 보상 시점 등을 놓고 여전히 논의 중이다. 거센 반발을 일으켰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일단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방향을 우회한 정도다. 배현진 당선자 대변인은 1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현안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인수위 각 분과에서 국가 정책 과제를 협의하고 있고, 그 분야에 해당하는 분들을 만나 간담회를 열고 있다”며 “취임을 앞두고 차차 굵직한 정책 연구 성과와 결과물을 보고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가 당선 직후 인수위를 꾸리자마자 ‘청와대 개방’과 ‘집무실 이전’에 과도하게 무게를 실으며 ‘정책 실종 인수위’라는 비판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윤 당선자와 인수위원들은 다른 현안을 제쳐두고 공개적으로 국방부 청사를 방문하며 분위기를 띄웠고, 집무실 이전을 놓고 신-구 권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대중의 관심도 증폭됐다.
정부조직 개편은 새 정부 국정 운영 방향을 가장 뚜렷하게 가늠해볼 수 있는 그림이지만 이 또한 윤 당선자 취임 뒤로 미뤄졌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합의 없이는 법 개정이 쉽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운신의 폭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자체 추진 가능 △야당과 협치 가능 △이슈 선점 필요 △장기적 과제 등 4단계로 구분해 정책 과제를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치투쟁보단 자리다툼…공동정부 갈등 ‘뇌관’도 여전
국정운영과 정책 방향은 흐릿했지만 인수위나 내각 구성을 둘러싼 갈등은 첨예하게 불거졌다. 국민통합위원회의 김태일 정치분과위원장은 과거 여가부 폐지 공약에 비판적인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지지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임명 당일 사의를 표명했다. 조각 과정에서 안철수 위원장 쪽 인사가 전혀 발탁되지 않자 기획조정분과 소속이던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인수위원직을 사퇴하는 등 갈등이 노출됐다. ‘가치투쟁’보다는 ‘자리다툼’의 성격이 짙다. 지난 14일 윤 당선자와 안 위원장의 만찬 회동으로 파국은 가까스로 봉합됐으나, 안 위원장의 지분이 실현되기가 더더욱 어려운 구조여서 갈등의 뇌관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게 중론이다. 안 위원장은 오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한 달간의 인수위 활동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한겨레>에 “정책보다는 집무실 이전과 인선을 놓고 인수위 안팎에서 갈등이 계속되면서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국민이 인수위에 기대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 5년의 밑그림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전망이 담긴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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