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전곡항 일대 바다에서 경기도 해양수산과 직원들이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해양 쓰레기 선상 집하장에서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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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청소선 '경기청정호'가 지난 4일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에서 닻을 올리고 바다로 향했다. 경기청정호는 1시간가량 항해해 안산시 대부도에서 남서쪽으로 약 20㎞ 떨어진 육도 부근 바다에 도착했다.
육도 해변에는 스티로폼 어구 등 바다에서 밀려온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바닷속은 더 심각했다. 육도 400여 m 지점에서 갈퀴 12개가 달린 대형 인양틀을 수심 3.5m 아래에 넣고 약 200m를 끈 뒤 들어올리자 폐그물과 통발, 대형 플라스틱 관, 밧줄이 줄줄이 올라왔다. 플라스틱 관은 너무 커서 절단 후 건져 올리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2시간의 사투 끝에 건져 올린 대형 플라스틱의 정체가 드러났다. 박경희 경기청정호 선장(53)은 "가두리 양식장 시설이 떠내려와 가라앉은 것 같다"면서 "이 일대에 관련 폐기물이 추가로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날 경기청정호는 7시간 동안 두 지점에서 약 2t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육지에서 떠내려온 플라스틱류가 대부분이다.
경기도는 해양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해 경기청정호를 도입해 바다 쓰레기 수거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운항 첫해인 지난해 건져 올린 쓰레기만 138t이 넘는다. 이렇게 건져 올려도 쓰레기가 버려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0년 수거한 해양 쓰레기는 13만8362t으로 2019년보다 29%(2만9698t)가 증가했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의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2019년 플라스틱 바다 쓰레기를 2만4600여 개 수거했는데, 지난해에는 그 두 배가 넘는 5만3800여 개를 건져 올렸다.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해양 쓰레기의 67%는 육상에서, 33%는 해양에서 오는 것"이라며 "아무리 바다 청소를 해도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다의 청소부 경기청정호는 바다 청소에 나서기 전에 전곡항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해양 쓰레기 선상 집하장에 쌓인 쓰레기를 옮기는 작업을 했다. 화성시가 가로 13m, 세로 7.4m 크기로 만들어 바다 위에 고정시켜놓은 집하장은 화성 일대 어장에서 일하는 어민들이 작업 중 수거한 쓰레기를 모아놓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3월 말 집하장을 비운 뒤 일주일밖에 안됐지만 이미 해양 쓰레기로 가득했다. 밧줄, 스티로폼 박스, 통발, 그물, 김양식장 플라스틱 파이프 등 종류도 다양하다. 청소선 대형 굴착기로 10여 회를 집어들어 배로 옮기고서야 바닥이 드러났다. 박경희 선장은 "한 달에 1~2차례 화성과 안산 쪽 선상 집하장 2곳에 쌓여 있는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고, 시흥·안산·화성·평택 등의 도서와 바닷속에 깔린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면서 "날이 갈수록 쓰레기 양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 쓰레기 중 어망·어구 등의 쓰레기는 바다 위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선박 운항에 영향을 미쳐 대형 해양사고를 유발한다고 밝혔다. 매년 발생하는 해양사고 중 플라스틱 쓰레기에 의한 비중이 두 번째로 높다. 대형 인명 피해를 낸 서해훼리호 전복 사건(1993년)과 돌고래호 전복 사건(2015년)도 추진축과 방향타 지지대 등에 밧줄이 감겨 발생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해양 폐기물의 50%가 어업 폐기물로 어망·어구를 줄이면 감축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폐어망 보증금, 친환경 부표 공급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창석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덜 생산하고 덜 쓰는 환경이 필요한데, 환경오염 비용 등을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성 전곡항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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