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서방 제재 이미 실패" vs 중앙은행 총재 "실물경제 영향 본격화"
석유·가스 상황 점검 화상회의 주재하는 푸틴 |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경제가 제재로 인한 대공황을 피하고 있다면서 서방의 경제 대공습 전략이 실패했다고 강조했으나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와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제재의 타격이 본격화될 것임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고위 관리들과의 영상회의에서 러시아 경제가 완전한 공황을 피하고 있고 서방의 제재는 자신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가 급격한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서방의 예상과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의 금융·경제 기반을 빠르게 악화시켜 시장 공황과 은행시스템 붕괴, 대규모 상품 부족 사태를 일으키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서방의 이 대러시아 정책이 이미 실패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릴 준비가 돼 있다"면서 "서방의 경제 대공습 전략은 실패했다"고 상조했다.
그러나 이날 모스크바 시장과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 등 최고위 정부 관리들로부터는 푸틴의 낙관론과는 정반대되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소뱌닌 시장은 이날 블로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 내 외국기업들의 철수나 영업 중단으로 모스크바에서만 약 20만 명이 실직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기업에서 일시 해고된 노동자들의 임시 고용 등을 위해 4천만 달러 규모의 실직 위기 근로자 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며 이들이 시 공원이나 서비스 센터, 공중보건 시설 등에 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 |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는 의회에 출석해 서방 제재가 먼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친 데 이어 실물경제에도 점점 더 영향을 주기 시작할 것이라며 훨씬 광범위하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제품은 수입 부품에 의존한다"며 "당장은 공장에 재고가 있어 문제가 그렇게 강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제재는 거의 매일 더욱 강화되고 있고 재고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경제는 서방의 제재로 상품과 부품 재고가 바닥나면서 급격한 불황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됐지만 당장은 치명적 붕괴 상황은 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방이 추가 제재를 준비하고 있어 러시아 경제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며 러시아 정부가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푸틴 대통령의 권력 장악이나 전쟁 지속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석유 수입 제안 조치를 준비하고 있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번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서 우방국에 러시아에 대한 경제 압박 강화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융기관들은 러시아 경제가 10∼15%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올해 평균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16.7% 상승했다고 밝혔다.
월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이 악화하고 수입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크렘린궁에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속하고 권력을 유지할 자원이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6천억 달러 규모의 외환과 금의 절반은 현재 경제 제재로 동결돼 있고 나머지도 주로 금과 중국 위안화여서 루블화 안정화 등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경제가 인플레이션 등 몇 가지 문제에 직면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인플레이션과 실업 등 제재 부작용은 서방 국가가 더 크게 겪고 있다며 서방의 단결이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지난 17일 소셜미디어에 "유럽의 초인플레이션 때문에 잘 정돈된 유럽 도시들에서 타이어 타는 냄새가 진동하는 항의 시위가 일어날 것"이라며 "그러면 브뤼셀(EU 본부)에 있는 아저씨 아줌마들은 말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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