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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틀 전(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보내온 친서를 받았고, 하루 뒤인 어제(21일) 회답 친서를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중앙통신은 두 정상이 친서를 통해 따뜻한 안부인사를 나누었다며, 문 대통령이 친서에서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북남 수뇌(남북정상)들이 손잡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북남(남북) 사이의 협력을 위해 노력해 온 데 대하여 언급하고 퇴임 후에도 북남(남북) 공동선언들이 통일의 밑거름이 되도록 마음을 함께 할 의사를 피력"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답신에서 "북남 수뇌(남북정상)들이 역사적인 공동선언들을 발표하고 온 민족에게 앞날에 대한 희망을 안겨준 데 대해 회억(회고)"하면서, "임기 마지막까지 민족의 대의를 위해 마음 써 온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와 노고에 대하여 높이 평가"했다고 중앙통신은 보도했습니다.

또, 남북 두 정상은 "서로가 희망을 안고 진함 없는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면 북남(남북) 관계가 민족의 염원과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데 대해 견해를 같이"하면서 남과 북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했다고 중앙통신은 덧붙였습니다. 중앙통신은 또한 "북남 수뇌(남북정상)분들의 친서 교환은 깊은 신뢰심의 표시로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청와대도 친서 교환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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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보도가 나온 뒤 청와대도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친서에서 "남북 대화가 희망했던 곳까지 이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하면서,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하고 북미 간 대화도 조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화의 진전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되었으며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를 간직하며 남북 협력에 임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전했습니다.

청와대는 또 김 위원장이 답신에서 "(남북이) 희망하였던 곳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남북관계의 이정표로 될 역사적인 선언들과 합의들을 내놓았고 이는 지울 수 없는 성과라고 평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임기 말 인사지만, 새 정부에 대한 메시지도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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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이번 친서 교환은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마지막 인사 차원으로 보입니다. 5년의 임기 동안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등 김 위원장과 여러 차례 접촉을 했던 문 대통령이 마지막 인사를 보냈고, 김 위원장이 이에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인사였던 만큼 그동안의 남북관계에 대해 회고하고, 문 대통령의 고뇌와 수고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는 김 위원장의 덕담도 곁들여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친서 교환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의사소통 의미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의 발표를 보면, 김 위원장은 '남북이 희망을 갖고 노력한다면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발전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문 대통령에게 한 말이지만 문 대통령에게만 한 말로는 들리지 않습니다. 이제 임기를 시작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메시지로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북한이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 내용을 우리보다 앞서 공개한 것도 이런 의도를 짐작하게 합니다. 정상 간 친서 교환은 비밀로 부칠 수도 있는데, 이 내용을 공개하면서 윤석열 정부에게도 남북관계의 여지를 열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대남 기조 변화로 보기는 어려워

그렇다고 북한의 대남 기조가 변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성급합니다. 북한의 친서 교환 보도는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실렸고,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습니다. 남북관계의 개선에 대비해 북한 주민들에게도 분위기를 조성하는 차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김정은 위원장은 임기를 마치는 문 대통령에게 마지막 인사와 덕담을 건네면서 윤석열 정부에게 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관계의 여지는 열려있으나,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하는지 봐가면서 향후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뜻입니다.

물론, 북한이 바라는 남북관계 개선의 방향은 남한 정부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시비 걸지 말고 경협 등 관계 개선에만 신경 쓰는 것일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원하는 방향은 아닐 것으로 보이고 북한도 이를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 새로운 정부가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새 정부의 간을 보는 북한의 행보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정식 북한전문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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