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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자사고·외고 결국 살아남나···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교육정책에 학생들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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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고교학점제 선택형 교육과정 우수학교인 서울 강서구 한서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와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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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해온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폐지 정책을 철회키로 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사고·외고 등의 일반고 전환을 전제로 도입된 고교학점제와 내신 절대평가가 자칫하면 이들 학교 학생들의 대입에 유리하게 작용해 고교 서열화를 심화시킬 수 있는데다, 사교육 시장 역시 더욱 과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이 ‘백년대계’는 커녕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22일 인수위에 따르면 현 정부의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정책을 철회하는 방안을 다음달 초 발표하는 국정과제에 담을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2월 자사고 등의 설립 근거를 삭제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2025년 3월까지 이들 학교는 모두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다. 자사고들이 제기한 소송 1심에서 교육당국이 지난해 줄줄이 패소했지만 교육부는 이들 학교의 일반고 전환 방침을 고수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재개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현 정부에서 자사고·외고 등을 폐지하는 정책과 한 묶음으로 추진된 고교학점제의 경우 현재로선 차기 정부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25년 전면 도입이 예정된 고교학점제는 이미 전체 고교의 61.5%(지난해 기준)까지 확대된 상태라 중단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에선 학생이 각자 원하는 과목을 듣고 절대평가에 따라 성적을 받는 성취평가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사고나 외고 등 상위권 학생들이 내신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그동안 자사고·외고 등은 성적이 좋은 학생이 몰려있어 내신 상대평가에서 불리했는데, 이들 학교가 존치되고 고교학점제 또한 유지되면 이들 학생의 대입 경쟁력만 더 높아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사고·외고 등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 역시 더 치열해지면서 중학교 사교육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교육부가 시행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자사고와 외고·국제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각각 사교육비를 월 평균 53만5000원, 49만4000원 쓴 데 비해 일반고 진학을 희망한 학생의 지출액은 32만3000원으로 차이를 보였다. 더구나 코로나19로 등교일수가 줄어든 탓에 교습 수요가 사교육으로 몰리며 지난해 사교육비 총지출액은 역대 최고치인 23조4158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교육 현장에선 정권에 따라 수시로 교육 정책이 바뀌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시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과거 자사고 난립으로 일반고가 황폐화되면서 이에 대한 반성으로 자사고 등 특권학교 폐지가 관철됐다”며 “이제 와서 손바닥 뒤집듯 다시 이들 학교를 유지하겠다면 고교 서열화가 심화되고 사교육이 팽배해지는 교육 불평등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고 등의 존치가 새 정부 초기 국정과제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은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자사고 등의 존치는 애초에 윤석열 당선인 대선공약에 들어있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쉽게 추진해버리면 결국 ‘부모찬스’를 써서 부모의 수저를 자녀에게 대물림시키는 추세만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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