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낮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라면 판매대 앞을 지나며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국내 팜유 수입량의 56.4%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가 식용 팜유 수출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라면 등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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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적인 식용유 공급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당분간 식용 팜유 수출을 중단함에 따라 라면, 과자, 빵 등 제조에 팜유를 사용하는 식품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전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한국 기업들의 수입량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다. 이 수요가 말레이시아 등 다른 팜유 생산국으로 몰릴 경우 팜유 가격은 또다시 급등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미 식품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가운데 이번 사태가 또 다른 가격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여러 종류의 식용유 중 제품 생산에 팜유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라면 제조업체와 제과업체들이 특히 이 같은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치 물량을 확보해 두기 때문에 당장은 큰 영향이 없다고는 하지만 팜유 가격이 급등하거나 수출 중단 등 사태가 장기화되면 결국 제품 생산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식용 팜유는 이미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 등으로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해왔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 부담에 대한 압박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라면업체 관계자는 "아직은 제품 생산에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지만 향후 식용 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라면값 인상 요인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내 라면 가격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지난해 10월 평균 11.9% 올라 12년8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한 바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오리온은 식용 팜유를 전부 말레이시아산으로 쓰고 있어 당장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팜유를 대부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생산하고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식용 팜유는 기름야자에서 얻는데 기름야자가 자랄 수 있는 기후 조건이 까다로운 탓에 적도 부근에 있는 일부 국가에서만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책임지고 있는 이유다. 한국은 특히 인도네시아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관세청 수출입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한 인도네시아산 팜유의 규모는 지난해 34만1802t(3억7101만달러)으로 국내 수입량의 56.4%를 차지했다.
팜유를 수입해 식용 팜유를 생산하는 사조, 롯데푸드, 오뚜기 등 식용유 제조업체들은 조만간 식용 팜유의 B2B(기업 간 거래) 가격을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 유지업계 관계자는 "수입 원가가 오르면 그대로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식용유 B2B 거래가는 주유소 기름값처럼 원가와 연동돼 등락이 빈번하다. 작년에도 한 달에 한 번꼴로 가격을 올렸고 한 달에 두 번 인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대체재를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식품의 경우 사용하는 식용유 종류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대체재 사용은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만약 다른 식용유를 쓴다면 제품 맛이 달라질 것"이라며 "식용유 종류가 식품 맛의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외식업계와 자영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세 달 치 사놨는데 그 이후에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 "식용유를 싸게 살 수 있는 연락처를 공유해달라" 등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중단에 따른 충격은 화장품 업계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팜유는 비누, 클렌징폼 등과 더불어 각종 크림과 로션 등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 발표를 주시하며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 진영화 기자 / 백상경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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