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직원들이 러시아군 맞서 선로 파괴…"우크라에 시간 벌기"
"인명 피해 없는 평화수단" 주장…벨라루스 당국, 무더기 구금
벨라루스 철도를 통해 들어오는 러시아 군용차량 |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우크라이나 침공 초반 벨라루스 철도 근로자들이 러시아 군수 물자 이동을 방해했으며, 이는 러시아군 고전에 일부 요인으로도 작용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침공 초기 벨라루스 철도 근로자들과 해커 등으로 이뤄진 반체제 세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잇는 벨라루스 철도망을 방해하거나 무력화했다.
우크라이나로 러시아군 물자를 실어나르는 열차를 멈추기 위해 선로와 신호 장비를 파괴해 러시아 보급선에 피해를 준 것이다.
이 계획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침공 이틀이 지난 2월 26일부터 신호 장비를 겨냥한 공격이 5차례 연이어 발생했고 열차 운행이 거의 멈췄다고 전했다.
결국 철도망이 마비되면서 러시아는 도로로 우회했고 이틀 뒤인 28일 벨라루스에서 키이우 방향으로 40마일(64㎞)에 달하는 러시아군 호송 차량 행렬이 생겼다. 그러나 이 행렬은 일주일도 못 가 연료 부족으로 멈춰 섰다.
이런 정황에서 침공 초기 러시아군의 패퇴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보급 문제에는 러시아 물류망을 훼방했던 벨라루스 철도 근로자들이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에밀리 페리스 연구원은 벨라루스 반체제 세력의 방해 행위와 러시아의 부실한 물류 계획이 각각 얼마나 원인이 됐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고장난 신호 장치가 최소 열차 속도를 늦추거나 움직임을 제한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그들(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영토로 더 밀고 들어갈 수 없었고 트럭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보급선이 혼잡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
벨라루스 반체제 활동가로 이번 철도 방해 계획에 참여한 유리 라바보이는 철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침공에 효과적인 대응책을 짤 시간을 벌어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계획은 인명 피해가 없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실행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이나 벨라루스 열차 운전자를 공격하는 것보다는 장비를 파괴하고 철도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에 집중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침공 경로를 열어주고 러시아를 간접 지원하는 벨라루스 정부에 불만을 제기하는 반체제 움직임의 일부다.
리투아니아로 망명한 벨라루스 언론인 하나 류바코바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수만명의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 주둔한 것이 벨라루스 내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반체제 운동에 다시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벨라루스 당국은 이들을 상대로 감시와 탄압에 나섰다.
벨라루스 내무부는 철도시설을 파괴하는 것은 테러 행위라며 2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라고 공표했다.
철도 근로자 수십명은 무작위로 구금됐고 휴대전화를 수색당했다. 인권단체들은 현재 이 계획에 참여했다는 혐의로 벨라루스인 최소 11명이 구금된 상태라고 본다.
이달 초에는 방해 공작에 참여한 3명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다리에 총을 맞아 피를 흘리는 장면이 TV에 나오기도 했다.
철도 동향을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인근에는 벨라루스 군인과 드론이 배치됐다.
이러한 당국의 탄압에 철도 근로자들의 움직임은 다소 둔화한 상황이라고 WP는 전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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