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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특별기획|자영업자 위에 배달앱①]배달할수록 손해...새 요금제에 점주만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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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맞았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비대면 소비 수요 급증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다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막대한 프로모션 비용 지출로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했다. 뒤늦게 수익성 개선 작업에 나선 모양새나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자영업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이들은 배달 앱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악순환의 굴레에 갇힌 배달시장의 현실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배달시장이 망가졌다. 쿠팡이츠가 촉발한 '단건 배달' 전쟁에 배달의민족(배민)이 뛰어들며 한동안 배달시장 프로모션 전쟁이 지속된 탓이다. 배달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이들의 출혈경쟁은 회사의 수익성을 악화시켰고 이제는 이를 멈추려 하고 있다.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는 등 돈을 벌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자영업자들에게 그 몫이 전가되는 모습이다. 자영업자들은 울기 시작했고, 이는 모두 배달 플랫폼 때문이라고 아우성이다.

◇쿠팡이츠 요금체계 변경하자 배민도 '후다닥'=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22일부터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단건 배달인 '배민1'의 새 요금체계를 적용했다.

새 요금제는 크게 세 가지(기본형·배달비 절약형·통합형)로 구성된다. ▲기본형은 중개이용료 6.8%에 배달비 6000원 ▲배달비 절약형은 중개이용료 15%에 주문금액에 따라 식당이 900~2900원의 배달비를, 고객은 0~3900원의 배달팁을 부담하게 된다. 수수료와 배달비를 통합 운영하는 ▲통합형은 27%의 단일 요율이 적용되고 별도로 부과되는 배달비는 없다.

배민의 수수료 개편은 쿠팡이츠의 맞춤형 요금제 발표 직후 이뤄졌다. 쿠팡이츠는 앞서 지난 1월 초 수수료 모델을 4가지로 세분화한 '맞춤형 요금제'를 출시하고 이를 2월부터 적용토록 했다. 수수료 일반형의 경우 중개 수수료가 9.8%, 수수료 절약형의 경우 7.5%을 적용받는다.

배달비 절약형은 중개 수수료가 15%로 유지되는 대신 자영업자 부담 배달비가 900원으로 저렴해지고 최대 배달비는 2900원으로 한정된다. 배달비 포함형의 경우 주문 중개 수수료와 자영업자 부담 배달비가 통합된 형태로 총 수수료가 27%로 책정됐다.

사실 상 양사의 요금체계는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쿠팡이츠는 일반형과 절약형을 나눴고, 배민은 이를 기본형 요금제 하나로 묶어 선보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배민은 쿠팡이츠 요금체계보다 중개 수수료를 1%포인트 낮춰 '업계 최저 수준'이란 타이틀을 가져갔다는 정도다.

◇출혈경쟁에 수익 악화…요금제 개편으로 돈 번다=이들이 요금체계를 개편한 이유는 '수익 현실화' 때문이다. 적자 기조가 계속되다 보니 수익성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수수료 정책을 손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간 쿠팡이츠와 배민은 단건 배달 점유율 확보를 위한 프로모션 전쟁을 지속해왔다. 쿠팡이츠는 여러 식당에서 음식을 픽업한 후 돌아가며 배달하는 기존의 배달 시스템을 깨고 '1주문 1배달(단건 배달)'을 도입해 빠르게 배달하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에 더해 쿠팡이츠는 단건 배달의 시장 안착을 목적으로 중개 수수료를 건당 1000원, 배달비는 5000원만 받는 파격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쿠팡이츠에 서서히 점유율을 뺏기기 시작하자 배민도 바빠졌다. 강남과 송파 일부 지역에서 '번쩍 배달'이란 단건 배달 서비스에 나섰고, 배민1을 통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쿠팡이츠에 대항해 프로모션 또한 동일하게 진행했다.

문제는 이들의 출혈경쟁이 자사 적자 폭을 크게 늘렸다는 것이다.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4억9396만달러(약 1조8039억원)에 달했다. 쿠팡이츠서비스의 당기순손실도 35억원으로 집계됐다.

우아한형제들 역시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767억원으로 전년(112억원)보다 큰 폭으로 확대됐다. 배달 업무 등을 맡는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에게 지급한 외주용역비가 적자의 핵심 요인으로 풀이된다.

우아한형제들의 외주용역비는 7864억원으로 2020년(3294억원) 대비 2.3배 늘었다. 우아한청년들이 지급한 외주용역비는 지난해 5741억으로 전년(1816억원)보다 316.1% 늘었다. 배달원에게 지급한 배달비용이 우아한형제들의 외주용역비의 73%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사 모두 요금체계를 손질할 수 밖에 없어졌단 해석이다. 막대히 프로모션 비용을 살포하며 배달시장은 급격히 성장했지만, 개별 기업의 적자 폭을 키운 '독이 든 성배'가 된 것이다. 업계에선 지난해 9~10월께부터 쿠팡이츠와 배민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이들은 소비자들이 단건 배달에 익숙해지자 곧바로 수익 현실화를 앞세워 요금체계를 개편하고 동시에 프로모션을 종료했다.

◇사장님은 왜 배민1을 쓰지 말라고 호소했나=최근 자영업자들은 "단건 배달인 '배민1' 대신 '일반 배달'을 선택해달라"며 소비자들에게 호소하고 나섰다. 배민이 배민1에 대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며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이유에서다.

쿠팡이츠와 배민1은 단건 배달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중개 수수료를 건당 1000원, 배달비는 5000원만 받아왔다. 그러던 것이 주문금액 대비 최대 27%(자영업자 부담 배달비 포함)의 중개 수수료를 내야 하는 형태로 변경되다 보니 주문액이 커질수록 수수료도 늘어나게 된 것이다.

배달비 부담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단건 배달인 배민1의 경우 일반 배달 대비 배달비가 비싸다.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할 배달비 또한 당연히 일반 배달보다 높다.

중개 수수료는 물론 배달비 부담까지 커지자 자영업자들은 들고 일어설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특히 배달비가 어떻게 산정되고 분담되는지, 배달원에게는 얼마의 몫이 돌아가는지 묻고 나섰다.

예를 들어 배민1 기본형 서비스를 이용하는 점포에서 소비자가 1만원 상당의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 중개 수수료는 음식값의 6.8%인 680원이고, 배달비는 최대 6000원 책정된다. 소비자가 이 중 얼마를 부담할지는 자영업자가 결정한다.

배민 측은 "1만원 주문이 들어오면 당사가 올리는 수수료 수입은 680원이 전부"라고 강조했는데, 이를 두고서도 자영업자들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소비자와 가맹점주가 부담하고 있는 배달비와 배달원들에게 실제 지급되는 배달비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배달앱 업체들은 오히려 모자란 배달비를 보태고 있는데다, 모든 배달비를 배달원에게 지급하고 있다고 하지만 자영업자들과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욱 팽팽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영업자 처지에선 주문 감소를 우려해 소비자 부담액을 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당장 배달앱 입점을 중단할 수도 없어 이들 간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배민에 입점해 있는 한 자영업자는 "실제 단건배달 주문 시 점주와 소비자가 낸 배달금액보다 라이더가 받는 돈이 적은 사례가 여럿 있다"며 "배달 앱은 수수료 수입이 전부라고 하지만 사실상 배달비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지 기자 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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