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련으로 돌아간 듯"…우크라이나 휴대전화·인터넷서비스는 차단
러시아 루블화 동전 |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 점령지를 러시아로 통합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를 법정통화로 사용하고, 러시아 공산주의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조각상까지 세우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3월 초 장악한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주 주요 지역에 새로운 민군 합동 정부를 설치하고 러시아 화폐와 문서 등 각종 러시아식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시장들은 대부분 러시아가 임명한 시장으로 교체됐다.
자포리자주에서 러시아가 점령한 가장 큰 도시인 멜로토폴에서는 이달부터 루블화로 법정화폐가 교체됐다. 헤르손도 루블 사용 지역이 됐다.
항구도시 베르단스크의 시영 웨딩홀은 신혼부부들에게 러시아 연방 결혼증명서를 발급한다.
레닌상도 다시 들어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는 레닌의 동상 약 2천500개가 있었으나, 반러 정권이 들어서면서 상당수 철거됐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재교육'시키고 애국심을 없애기 위한 러시아식 교육 프로그램도 도입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달 2일 자로 자포리자주에 휴교령을 내렸지만, 러시아 측은 학교를 계속 운영하려고 한다.
최근 일련의 행보는 러시아가 2014년 강제합병한 크림반도와 연결되는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 지역을 영원히 지배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다고 WSJ은 설명했다.
미니버스를 타고 탈출하는 우크라이나인 |
러시아는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흔적 지우기에도 나섰다.
러시아가 장악한 대부분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휴대전화와 인터넷 서비스는 차단됐다.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 관한 진실된 정보를 숨기고자 광섬유 케이블을 절단하고 통신기지국의 전원을 껐다고 전했다.
공공기관 건물 등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상징물을 제거하고 소련 국기와 러시아 국기를 나란히 내걸었다.
우크라이나 남성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강제 징집돼 동족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다.
2014년부터 통제해온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서 러시아는 올해 초 실제로 65세 이하 남성을 동원했다.
부인과 자녀들을 데리고 러시아의 점령지 바실리우카에서 빠져나왔다는 46세 우크라이나 남성은 "러시아가 당신을 징집하고 가족이 인질로 남는다면 할 수 있는 게 있는가"라며 "우리가 탈출한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아직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 지역에서 군사동원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올렉산드르 스타루흐 자포리자 주지사는 "최근 몇 주간 주민들에 대한 러시아의 압박이 체계화됐다"며 "마치 다시 소련이 된 것 같고, 주민들은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식 통치가 강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해당 지역에서 러시아가 주민투표에 이은 친러시아 자치공화국 설립과 강제병합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헤르손과 자포리자 등지에서는 주민들의 필사적인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민간인 대피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목숨을 걸고 탈출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전쟁이 시작 이후 자포리자주 주민 약 70만명 중 15만명이 우크라이나가 지배하는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스타루흐 주지사는 전했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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