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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이슈 5세대 이동통신

'이재용 스킨십 경영'…1조 원대 美 5G 통신장비 수주 계약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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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4이통사에 5G 장비 공급 계약 체결
통신 장비는 주요 인프라인 만큼 장기 계약
대형 수주마다 'JY 네트워크' 긍정적 영향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조(兆) 단위의 5세대(5G) 대규모 통신장비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 수주 과정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스킨십 경영'이 빛을 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도도 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제4 이동통신 사업자인 디시 네트워크의 대규모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고 3일 밝혔다. 수주 규모만 1조 원대로, 삼성전자의 미국 내 5G 통신장비 공급 프로젝트 가운데선 역대 두 번째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 체결에 힘입어 디시 네트워크의 미국 내 5G 전국망 구축에 필요한 △5G 가상화 기지국(vRAN) △다중 입출력 기지국이 포함한 라디오 제품 등 다양한 통신장비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일보

시각물_디시 네트워크 회사 소개


버라이즌 이어 디시 네트워크 5G 전국망 장비 공급


디시 네트워크의 미국 내 비중을 감안할 때, 이번 프로젝트 수주는 삼성전자에게 현지 시장 점유율 확대와 더불어 입지 강화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된다.

1980년 위성TV 서비스 기업으로 설립된 디시 네트워크는 2020년 미국 내 전국 무선통신 서비스에 필요한 주파수 사업권을 확보,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한 이후 세(勢)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23년까지 미국 내 인구 70%까지 수용 가능한 5G 전국망 구축에 들어간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디시 네트워크는 삼성전자의 5G 가상화 기지국 등 차세대 통신장비를 도입해 빠른 시일내 안정적인 전국 통신망을 구축, 본격적인 가입자 확보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존 스위링가 디시 네트워크 최고운영책임자(사장)는 "자사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욱 우수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향후 통신 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5G 기술 혁신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설비투자 비용만 25억 달러(약 3조1,600억원)로 책정한 디시 네트워크는 지난해에 매출 178억8,100만 달러(22조 6,700억 원)와 영업이익 32억300만 달러(약 4조600억 원)를 기록했다.
한국일보

통신 장비와 관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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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애호가 에르겐 회장과 깜짝 북한산 등반...계약 담판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확인시킨 이번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선 이 부회장의 역할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통신장비 사업의 경우엔 대부분 대규모 계약인데다, 주요 기간망으로 사회 인프라 성격이어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프로젝트 성격이 강하다. 사업자간 확실한 믿음이 없인 성사되긴 어렵단 얘기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9월 방한한 찰리 에르겐 디시 네트워크 창업자 겸 회장을 직접 만나 담판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양사의 수뇌부는 짧은 비즈니스 회동만 예정돼 있었지만 미팅 하루 직전인 전날, 이 부회장이 등산 애호가로 알려진 에르겐 회장에게 북한산 동반 산행을 제한해 이번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밑그림까지 그린 것으로 전해졌다. 에르겐 회장이 세계 주요 고산 지역 등반에 직접 나설 만큼, 산을 좋아한단 사실에 착안한 이 부회장의 깜짝 제안에서 성사된 이벤트였던 셈이다. 북한산 등반에 나설 때부터 이 부회장은 에르겐 회장의 호텔 숙소까지 직접 차량을 운전, 그와 함께 수행원도 없이 약 5시간 동안 산행에 나서면서 개인 일상과 함께 양사의 향후 협력 강화 방안까지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삼성전자 5G 네트워크 장비 사업의 대형 계약 체결 이력에서 '이재용(JY) 네트워크'가 공을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미국 통신사인 버라이즌과 7조9,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5G 장기계약 체결도 이 부회장 작품이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와는 스웨덴 통신장비 제조사 에릭슨 CEO 시절부터 친분을 쌓아 온 것으로 유명하다. 2021년 일본 통신업체인 NTT 도코모와 장비 계약 당시에도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시기였지만 이 부회장이 직접 일본을 방문해 5G 사업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또 아시아 최대 재벌로 알려진 인도의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 자녀들의 결혼식에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받고 현지를 방문한 바 있다. 인도 최대 통신사인 릴라이언스 지오는 현재 전국 롱텀에볼루션(LTE) 네트워크에 100% 삼성전자 기지국을 사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통신장비처럼 인프라 수주는 한번 구축하면 장비를 걷어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제품 경쟁력 뿐 아니라 CEO의 철학과 비전까지 고려된다"며 "대규모 통신장비 계약 프로젝트 성공 여부는 글로벌 주요 CEO들과 친분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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