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헴리브라' 판권·신약개발 합작 등 교류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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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제약사가 어디인지 아시나요. 바로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악템라' 등을 개발한 주가이제약입니다. 낯선 이름 같지만 사실 우리와 무척 가깝다고 하는데요. 국내 10대 제약사 중 한 곳이 이 회사를 모태로 하고 있기 때문이죠.
JW중외제약은 1945년 광복 직전 일본인들이 떠난 주가이제약 경성지점을 인수하면서 차린 조선중외제약소를 전신으로 합니다. 조선중외제약소는 1953년 이기석 선대사장에 의해 지금의 법인체제를 갖춥니다.
JW중외제약은 주가이제약(中外製薬)과 이름이 같을 뿐 사실상 아무런 연결고리를 갖고 있지 않았는데요. 실질적인 창업주인 이 선대사장이 회사를 세운 이유도 수액, 항생제와 같은 필수의약품의 자국화를 위해서였죠.
주가이제약과 인연은 이 선대사장의 차남인 이종호 명예회장에 의해 맺어집니다. 이 회장은 1960년대부터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제약사로부터 우수한 의약품 개발 및 제조 기술을 국내에 도입합니다. 당시 이 회장은 주가이제약과도 만나 위궤양 치료제 '아루사루민'을 국내에 들여오는데요.
이때의 인연을 시작으로 JW중외제약과 주가이제약은 최근까지도 긴밀한 사업적 교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1992년 두 회사가 5대 5 비율로 출자해 세운 합작 바이오벤처 'C&C신약연구소'가 대표적입니다. 양사의 신약개발 노하우를 접목해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적 혁신) 활동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2년 왼쪽부터 고(故) 이종호 JW중외제약 명예회장과 나가야마 오사무 주가이제약 회장이 C&C신약연구소 설립 기념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JW중외제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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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가 함께 개발한 약물로는 중국계 제약사 심시어에 기술이전한 통풍치료제 'UCR102', 덴마크계 레오파마에 수출했던 아토피치료제 'JW1601' 등이 있습니다. 2012년부터는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인 '클로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도 했죠.
2020년 주가이제약은 모회사인 로슈그룹의 사업전략에 따라 C&C신약연구소의 지분을 모두 JW중외제약에 넘깁니다. 그러면서 협력관계가 종료됐으나 글로벌 제약사와 긴 세월 머리를 맞댄 경험은 JW중외제약의 신약개발 역량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현재 C&C신약연구소는 JW중외제약의 신약연구센터와 함께 그룹의 신약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두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 자체 역량을 통해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이전보다 다양한 분야로 신약개발 활동을 확대하고 있죠.
JW중외제약의 의약품 사업 부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해외 제약사로부터 국내 권리를 독점적으로 도입해 판매하는 오리지널 의약품인데요. 이 분야에서도 JW중외제약은 주가이제약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JW중외제약은 글로벌 블록버스터(연 매출액 10억달러 이상) 약물인 헴리브라, 악템라를 비롯해 '시그마트' 등 주가이제약이 개발한 의약품의 국내 개발 및 판매권리를 독점 도입했습니다. 이후 이들 약물의 임상과 허가를 자체적으로 수행해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JW중외제약 자회사 C&C신약연구소 연구원이 제이웨이브 플랫폼을 이용해 단백질 구조와 약물 상호작용을 시각화한 3D 모델을 분석하고 있다./사진=중외제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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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이제약의 품목은 현재 JW중외제약의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헴리브라는 출시 4년만에 기존 경쟁제품을 모두 제치고 혈우병치료제 매출 1위에 등극했습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5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8.0%의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죠.
주가이제약으로부터 판권뿐 아니라 개발권리까지 도입하며 글로벌 신약을 개발할 기회를 확보할 수도 있었는데요. C&C신약연구소가 유망 후보물질을 발굴하면 JW중외제약이 이를 도입해 임상, 허가 등의 후기 개발과제를 처리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을 구축한 셈이죠.
사실 JW중외제약은 그동안 주가이제약뿐 아니라 머크, 다이이찌산쿄 등 다양한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관계를 맺어왔습니다. 국내에 필요한 약이 있다면 해외에 의존하지 말고 직접 개발하자는 창업정신을 지키는 과정에서 이어진 인연들인데요.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제조 등에 집중한 국내 제약업계와 다른 행보라고 할 수 있죠.
JW중외제약은 최근 주가이제약과 함께 개발했던 클로바를 한층 개선한 새로운 AI 신약개발 플랫폼 '제이웨이브'를 출시했습니다. C&C신약연구소가 발굴한 차세대 항암후보물질 'JW2286'를 도입해 독자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JW중외제약의 노력이 결실을 볼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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