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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靑명함 보여주니 믿을 수밖에”…라임 피해자 김한석, 녹취록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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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방송인 김한석씨.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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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 사건’의 피해자 방송인 김한석씨가 “제 인생에 청와대 명함을 처음 봤다”며 라임 펀드에 투자하게 된 계기와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된 녹취록을 공개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해 밝혔다.

김씨는 3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30년 방송하면서 모은 돈과 전세보증금을 합쳐 8억5000만원을 투자했다”며 “예금처럼 안전하다, 잘못될 확률은 0%다, 그쪽(증권사)에서 그러니까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사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김씨와 이재용 아나운서 등은 대신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28일 법원은 “투자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증권사를 상대로 한 라임 관련 민사 소송으로는 첫 승소 사례다.

소송을 대리한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는 “김씨를 만나 녹취록을 들어봤더니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된 계기가 바로 이 녹취록에서 시작됐다”며 “또 김 모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사람이 돈을 끌어오기 위해서 이미 청와대에서 팀을 짰다는 얘기가 녹취록에 있다”고 했다.

◇”녹취록 안 내용이 어마어마…공개 무서웠다”

김씨는 “법적으로 뭘 어떻게 하려는 마음은 하나도 없었다”며 “단지 이재용 아나운서에게 들려주려는 마음으로 녹음했는데 그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재용 아나운서에게 투자를 추천하려고 했는데, 금융 용어를 몰라 그냥 들려줘야겠다는 마음으로 녹음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 녹취록을 공개하는 걸 굉장히 꺼려했다”며 “제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이어 “어느 날 가족들을 데리고 어디 가다가 덤프트럭이 올 것 같고, 그런 공포감이 너무 많았다”며 “그 안의 내용들이 너무 어마어마한 것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자꾸 돈 많은 사람의 투자 실패로 몰아갔다”며 “안전하다고 해서 소액으로 투자하신 분들이 굉장히 많다. 그분들을 바라보면서 녹취록을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저희는 금융권을 믿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거기 또 청와대 얘기까지 하니까 안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근무자의 명함을 보여줬고, 그 명함도 진짜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 인생에 청와대 명함을 처음 봤다”며 “녹취 안에도 ‘이게 진짜냐’고 놀라는 것이 있다. 지금도 의아하다”고 했다.

라임자산운용은 2017년 5월부터 해외무역금융 펀드에 투자하다가 부실이 발생했다. 2019년 7월 부실관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가운데 173개가 상환 또는 환매가 연기됐고, 1조7000억원에 가까운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종필 전 부사장과 원종준 전 대표 등 경영진은 펀드 부실을 감추고 투자금을 계속 유치하는 등 펀드를 판매·운용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2심 재판 중이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회장은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이 ‘배후’로 지목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은 해외로 도피해 행방이 묘연하다. 김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고 금융감독원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전 청와대 행정관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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