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폴리시 "전쟁 지원에 내부 반발…민주주의 세력 다시 힘 얻어"
루카셴코와 함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방문한 푸틴 |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에 빠지면서 러시아의 침략을 도운 벨라루스까지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4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러시아의 오랜 우방인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북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러시아군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개전 초기 수천명의 러시아군이 벨라루스를 통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로 진격했다.
벨라루스가 러시아군에 길을 내준 배경으로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러시아에 의존해 권력을 유지해왔다는 점이 꼽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2020년 부정선거 논란이 불거지면서 퇴출 위기를 맞았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시위대와 야권 인사들을 폭력으로 진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도운 그의 결정은 정치적 역풍을 불렀고, 탄압을 피해 국외로 망명한 벨라루스 민주주의 세력에 다시 힘을 불어넣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포린폴리시는 진단했다.
이미 부정선거 논란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러시아와 함께 고강도 제재를 추가로 받으면서 국민 여론이 악화한 결과다.
망명 중인 야권 지도자들은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하며 루카셴코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야권 지도자인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루카셴코는 푸틴이 우리 땅을 항공모함처럼 사용하게 했다"며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사용돼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고 말했다.
벨라루스 국민도 전쟁에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으로 보인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지난 3월 설문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벨라루스인의 67%가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 주둔한 채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데 반대했다. 벨라루스가 직접 참전하는데 찬성한다는 응답은 3%에 불과했다.
그동안 러시아의 영향력과 러시아에 우호적인 벨라루스 국민의 정서를 고려해 투쟁 대상을 루카셴코 정권으로 국한했던 야권은 러시아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티하놉스카야는 "러시아군이 벨라루스 영토까지 점령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투쟁도 지정학적 의미를 갖게 됐다"며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기면 크렘린이 매우 약해지고, 루카셴코 또한 매우 약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돕는 벨라루스인을 지원하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관계를 다지기 위해 키이우에 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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