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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푸틴, 전승절에 어떤 카드를 뽑을까 ... 우크라이나에선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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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는 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2차대전 승전 기념일인 전승절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표할 메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매년 전승절을 러시아의 군사굴기를 과시하는 계기로 삼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면서 군의 무능이 전 세계에 그대로 공개됐다.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를 포기하고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총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영토 확보에서 별다른 진척이 없다. 이에 서방은 군사적 옵션이 얼마 남지 않은 푸틴 대통령의 선택지를 놓고 여러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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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7일(현지시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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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푸틴 대통령이 전승절을 맞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 대신 전면전을 선언하고 국가총동원령을 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크렘린궁은 이에 대해 “터무니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피해가 커지면서 예비군과 국가 물자를 동원해서라도 전력·자원 공백을 메워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이 전면전을 선언할 경우 군인들의 저하된 사기를 끌어올리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위험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 돌입은 곧 군사작전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자, 러시아 내 반전 여론을 더욱 고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재 하의 러시아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위험도 있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파벨 루진은 가디언에 “이번 전쟁에서 동원령 선포는 매우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며 총동원령이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이 마리우폴, 헤르손 등 러시아군이 사실상 장악한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한 뒤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러시아 영토 합병 절차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 이는 러시아 입장에선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 대신 긴장 완화를 택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평화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 전인 2월23일 시점으로 영토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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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 근처에서 러시아 여성 군인들이 7일(현지시간) 전승절 77주년 기념 열병식 리허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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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전술핵 카드를 위협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역대 열병식보다 크게 축소되어 진행될 예정이지만, 실전 타격이 가능한 핵무기를 선보이며 핵위협을 노골화할 수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전승절 기념 열병식 리허설에는 RS-24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타이푼 장갑차, 이스칸데르 미사일 시스템, 아르마타 탱크 등이 등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비서관 출신인 정치 평론가 아바스 갈리야모프는 BBC에 “우크라이나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전술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전면전이나 부분적 승리선언 또는 제3의 길 중 어느 쪽을 택하든 전승절에 맞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1945년 2차대전 당시 나치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날을 기념하는 전승절에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으로 내건 우크라이나 ‘탈나치화’를 새삼 강조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정치컨설턴트는 WP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전승절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역사적 사명이 파시즘 퇴치라고 믿고 있는 푸틴은 러시아인과 세계를 향해 역사적 정의를 위한 싸움이라고 주장하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같은 날 전승절을 기념하는 우크라이나에서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7일 오데사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8일과 9일 시민들에게 집에 머물러 줄 것을 당부했다. 우크라이나는 흑해 즈미니섬 인근에서 러시아군 함정을 또 다시 격추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5월9일이면 열리던 러시아군의 흑해 함대 군사 행진이 올해는 즈미니섬 바다 밑바닥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7일 심야 연설에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300명 이상의 민간인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도 이날 성명을 내고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갇혀있던 여성과 아동, 노약자들이 모두 대피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 화상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회동한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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