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전 보안국장 99.4% 득표율로 홍콩 6대 행정장관 당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리자차오 “국내외 위협에서 홍콩 보호”

FT “순수하게 허울만 남은 선거” 혹평

“親베이징과 활발한 홍콩 모순 풀어야”

중앙일보

8일 리자차오(존 리) 홍콩 행정장관 당선인이 선출이 확정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8일 경찰 출신의 리자차오(李家超·65, 존 리) 전 홍콩 보안국장이 제6대 홍콩 행정장관에 확정됐다.

이날 단독 후보로 치러진 선거인단 투표에서 리자차오는 유효표 1424표 가운데 1416표를 얻어 득표율 99.4%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애국자가 홍콩을 통치한다(愛國者治港)”는 원칙을 내세워 홍콩 선거제도를 개편한 뒤 정원 1500명(현 1461명)으로 구성한 선거인단(선거위원회)에서 반대는 8표에 불과했다.

이날 투표는 오전 9시(현지시간)부터 11시30분까지 홍콩섬 완차이의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입법회(의회) 선거와 동시에 선출된 선거인단 1461명 가운데 1428명이 참가, 97.7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33명만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기권은 4표였다.

99.4%는 홍콩 반환 후 치러진 역대 행정장관 선거 최다 득표율이다. 2007년 쩡인취안(曾蔭權·도널드 창) 2대 행정장관이 772표 가운데 649표를 얻은 84.0%가 기존 최다 득표율이었다. 후보 간 경쟁이 있었던 2012년 량전잉(梁振英·렁춘잉)은 1132표 중 689표로 60.9%, 2017년 린정웨어(林鄭月娥·캐리람)는 1163표 중 777표로 66.8%를 기록했다.

단일 후보 선거를 놓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친중 정치인과 경제인으로 이뤄진 1461명의 이른바 ‘애국자’ 선거인단은 740만 홍콩 시민의 0.02%만 대표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왕단(王丹)은 선거 전날 페이스북에 “홍콩에는 이미 진정한 의미의 어떠한 선거도 없었다”며 “리가 홍콩 행정장관에 임명됐다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정치 전문가인 훙호펑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는 “이제 경쟁자도 없다. 순수하게 파사드(허울)만 남았다”고 혹평했다.

서니 로(盧兆興) 홍콩대 교수는 “베이징은 홍콩 스타일의 민주주의 실현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의 정통성을 중요시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은 이날 리자차오 선출 즉시 “관심을 모았던 홍콩특별행정구 제6대 행정장관 선거가 무사히 치러졌다”며 “새로운 선거 제도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부합하고, 홍콩 실정에 맞는 좋은 제도임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리 당선인은 “홍콩을 국내외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홍콩의 안정 보장을 계속해서 최우선시하겠다”고 말했다. 당선이 확정된 뒤 기자회견에서 그는 “건강한 정부의 핵심 기둥인 법치를 계속 견지할 것”이라며 “주권, 국가 안보, 발전 이익을 수호하는 데 절대적인 확신을 갖고 미래 도전에 대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나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게 하는 것이 내 의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8일 리자차오(존 리) 홍콩 행정장관 당선인이 선출이 확정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두 달여 인수 기간을 거쳐 오는 7월 1일 반환 25주년 기념일에 맞춰 취임하는 리자차오에게 최대 과제는 경제다. 홍콩은 올해 들어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1분기 마이너스 4%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를 의식한 방역 제한을 완화하지 않는다면 경기 회복이 더욱 늦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홍콩 인터넷 언론 ‘홍콩01’은 차기 홍콩 행정부 과제로 내부로는 심화한 빈부 격차와 부동산, 인구 노령화 문제가, 외부에는 미·중 충돌과 세계 무역의 블록화 속에서의 경제 성장을 제시했다.

장정아 인천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처음으로 단일 후보가 나왔다. 홍콩은 그동안도 민주적 선거제도가 아니었지만, 형식적 경선과 민의 표현 과정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그러한 과정이 더는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는 선거가 되었다”며 “무관 출신의 리자차오에게 베이징의 정책을 중시하면서 홍콩을 활발하게 만들겠다는 모순된 공약을 달성해야 하는 힘든 임기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