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에스퍼 회고록 “文정부 사드 방치, 동맹 대하는 태도냐 항의했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에스퍼 前국방 회고록서 밝혀

“주한미군 완전 철수, 트럼프가 제안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재임 당시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제안했다고 마크 에스퍼 전 국방 장관이 밝혔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1월 전투 병력을 제외한 주한미군 가족 및 비(非)전투원 전원(4만6000여 명) 소개(疏開) 방침을 결정하고 발표하려다가 막판에 입장을 바꿨다고도 했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장병 격려 행사에서 연설을 위해 마린원 헬기에서 내리고 있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국방 장관이었던 에스퍼는 10일(현지 시각) 공개된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안한 것들 중 일부는 기이했다”며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수 또는 아프리카에서 모든 미군과 외교 인력 철수 같은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가 언급한 완전 철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2018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실행될 뻔했던 주한미군 가족 및 비전투원 전원 대피 계획은 상세히 언급했다.

그는 “(국방장관이 되기 전) 미 육군 장관에 임명된 지 두 달째인 2018년 1월 국방부에서 긴급 전화를 받았다”며 “오후에 대통령이 주한미군 비전투 인원 소개 방침을 발표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당시는 2017년부터 계속된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에 화가 난 트럼프가 “내 핵 버튼이 (김정은보다) 더 크고 강력하다”는 트위터 글을 잇따라 올리며 북에 강경 대응하고 있을 때였다.

조선일보

마크 에스퍼 전 국방 장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주한미군 가족들을 대피시키는 것은 전쟁이 임박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이는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등 한국에 ‘패닉’을 불러일으킬 조치였다”고 했다. 그는 “명확한 설명은 받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누군가가 대통령을 막았고 이런 대피 방침은 트위터를 통해 발표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임기 초반 때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은 ‘진짜’로 존재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경도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미국과 한국은 모두 북한의 위협과 함께 중국의 장기적인 전략적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서울은 통상, 무역, 지정학이라는 중력으로 인해 베이징의 궤도 안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그는 그 대표적 사례로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기지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사드 기지에 대해 협조하지 않아 사드를 철수하려 했다고 밝혔다. 2017년 4월 처음 배치된 성주 기지의 주한미군 사드 포대(발사대 6기)는 5년째 야전(임시) 배치 상태다. 정식 배치를 하려면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5년간 진척이 없었다. 시설 개선을 위한 공사 자재·장비 반입이 사드 반대 단체와 일부 주민의 반대 시위로 막혔고 정부가 사실상 이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 근무하는 한미 장병 400여 명은 여전히 제대로 된 곳이 아닌 컨테이너 등을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2017년 사드 배치 당시) 중국의 격렬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꿋꿋이 버텼다”며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한국 입장이 바뀌었다. 중국 쪽으로 끌려가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육군 장관이었던 2018년부터 한국 측에 수차례 문제 제기를 했다”며 “그때마다 ‘조금만 참아 달라’고 했을 뿐 서울은 행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때 한국이 중국을 ‘경제적 파트너’로 여기며 편을 들면서도 동시에 안보를 이유로 미국에 의존하는 ‘불가능한’ 길을 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미 정부에서) 나왔었다”고 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2020년 10월 나의 카운터파트에게 ‘사드를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국 카운터파트는 서욱 국방 장관이었다. 당시 그는 한국 측에 “이것이 동맹을 대하는 방식이냐” “당신들 아들과 딸이 이런 조건에서 복무한다고 생각하면 행복할 수 있겠느냐”며 강한 어조로 문제 제기를 했다고 밝혔다. 에스퍼 전 장관은 그러면서 옆에 있던 마크 밀리 합참의장에게 ‘한반도에서 사드를 철수해 다른 곳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합참이 90일간 조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썼다. 그는 “외교적인 처사는 아니었지만 한국인들을 흔들 필요가 있었다”며 “미군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 방안은 실제 이행되지는 않았다.

에스퍼 전 장관은 “진보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권은 (미국에서) 어떻게 해서든 전작권을 회수하려고 했다”며 “(전작권 전환은) 올바른 접근이자, 미국도 지지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한국군이 준비돼 있을 때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당장 전환할 경우 (한미 간) 합동 전쟁 대응 효율에 해를 입히고, 이는 북한에 대한 억지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2019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발표한 데 대해선 “(한일 간 불화로) 북한과 중국이 이득을 보고 있었다”며 “이런 모습을 본 트럼프는 넌더리가 난 듯 머리를 흔들면서 ‘이런 위대한 동맹의 가치가 있나’라며 비꼬듯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