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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세계 금리 흐름

59조원 추경까지…한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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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리면 물가 압력↑, 경기 하강 위험↓…인상 명분 뒷받침

이창용 총재 "추경 규모 커서 물가 등에 영향 미치면 조율해야"

26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할 듯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새 정부가 소상공인 코로나 피해 지원 등을 목적으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커졌다.

추경으로 시중에 풀린 돈(유동성)은 이미 크게 오른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 동시에 추경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우려되는 성장률 하락 등 '경기 하강' 위험을 줄이는 만큼, 한은으로서는 인상 쪽 명분이 더 강해지는 셈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추경 규모가 커서 물가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조화를 이루도록 조율해야 한다"며 추경 효과에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연합뉴스

한은 금통위 본회의
(서울=연합뉴스) 주상영 의장 직무대행(금통위원, 가운데)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준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4.14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 원자재·공급병목에 추경까지…한은, 올해 물가 4%대 전망 가능성

정부는 12일 59조4천억원에 이르는 추경 편성안을 공개했다. 지방재정 보강 용도의 23조원을 빼고, 실제로 집행되면 당장 시중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추경 규모만 소상공인 코로나 손실보전금 23조원을 포함해 30조원이 넘는다.

당연히 시중 유동성 증가는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소다.

앞서 3일 한은은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같은 달보다 4.8%나 뛴 것을 확인하고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측 물가 압력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당시 추경 규모 등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물가 관측에는 추경 변수가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한은은 오는 26일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기존 3.1%)를 크게 올려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가격 급등, 글로벌 공급병목, 거리두기 해제 이후 수요 증가 등 여러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요인에 추경까지 더해진 만큼, 새 전망치가 4%대를 웃돌 가능성이 커졌다.

이 총재는 지난달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추경의 물가 자극 문제에 대해 "현재 추진되는 추경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에 초점을 맞춰 미시적 차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계층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이런 미시적 조치의 규모가 커서 물가 등 거시경제 상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조화를 이루도록 서로 조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26일 기준금리 인상할 듯…추경이 경기하강 걱정 덜어줘

추경으로 더 커진 인플레이션 압력 등을 고려할 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이달 26일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상황만 보자면 '제1 목표'가 물가 안정인 한은과 금통위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이 가뜩이나 불안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중국 성장률 둔화 등으로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까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금리마저 빠르게 올라 가계·기업이 돈을 구하기 어려워지면 경제 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경이 소비 진작 등 경기 부양의 효과가 있는 만큼, 성장에 대한 한은의 걱정을 조금은 줄여줄 수 있다.

한은은 지난해 약 15조원 규모의 1차 추경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0.2%포인트 높인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번 추경 규모가 당시의 두 배를 넘는 만큼 성장률 기여도는 더 커지고, 그만큼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 한·미 기준금리 역전되면 환율·물가↑…금통위도 인상 불가피

미국의 빠른 통화 긴축으로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역전이 임박한 사실도 금통위를 기준금리 추가 인상 쪽으로 내몰고 있다.

이달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빅 스텝'(기준금리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1.50%)과 미국(0.75∼1.00%)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1.00∼1.25%포인트에서 0.50∼0.75%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수개월 내 미국의 두 번째 빅 스텝만으로도 두 나라의 금리 격차는 거의 없어지고, 세 번째 빅 스텝과 함께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높은 상태로 역전될 수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을 웃돌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더구나 원화 절하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키울 위험이 있다.

이처럼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원/달러 환율과 물가의 상승세가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통해 역전의 시점을 최대한 늦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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