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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스쿨미투 이후 4년, '학교 내 성폭력'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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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스쿨미투 고발 이후 4년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그럼에도, 그래서 더더욱 우리는 이 자리에 함께 모였습니다. 학내 성폭력을 해결할 의지도, 재발 방지 대책을 새울 의지도 없는 경기도교육청을 규탄하러 왔습니다."

2018년 서울 용화여고에서 시작된 스쿨미투 이후로 4년이 지났지만 성폭력에 취약한 학교의 시스템은 변하지 않았다.

지역·여성·시민사회 연대체 '경기도 초등교사 성추행 진상규명 촉구 연대(진상규명연대)'는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담임교사에 의한 성추행 사건과 가해 교사를 옹호한 학교 측의 태도, 미흡하게 대처한 교육청의 태도를 규탄했다.

이들은 특히 이번 사건이 "위력에 의한 교사-학생 간 성폭력"이며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가 다시 한 번 드러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4월 '용화여고 스쿨미투' 당시에도 가해자는 교사로서의 위력을 이용해 장시간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성폭력을 가할 수 있었으며, 피해자들은 이에 대처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었다는 점이 사회적인 문제로 꼽혔다.

이번 사건은 과거의 스쿨미투 사건들처럼 다수 학생에 대한 가해교사의 광범위한 성폭력을 피해자가 "스스로 신고한 사건"이다. 초등학생 6학년인 피해자는 "더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바람"으로 용기를 냈다. 피해자에게 가혹하고 가해자에게 관대한 학교 및 관련 기관의 대처는 스쿨미투 당시에 지적된 '구조적 문제'들과 닮아있었다.

진상규명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의 6학년 담임교사 A 씨는 담당 학급의 B 여학생을 학교 교실에서 성추행했다. "(성추행 사건의) 비위 정도가 약하다고 볼 수 없음에도 학교 성고충심의위원회는 가해 교사를 직위해제 하는데 그쳤다." 이후 같은 해 10월 이루어진 성폭력 성립 여부에 관한 학교 측 위원회 판단에서도 위원 6명은 만장일치로 조치 유보를 결정했다.

학교 및 경기도 교육지원청은 수사기관의 협조의뢰나 전수조사 진행을 거부했다. 가해 교사가 "평소에도 여학생들의 배를 만지거나 허리를 감싸는 등의 신체접촉 행위"를 일삼았다는 정황이 고발됐고 해당 내용이 교육지원청 관련 위원회 회의록에 기재되었음에도 "교육지원청의 추가 피해자 전수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로인해 "피해자는 학교, 해당 교육청, 경찰에 거듭 자신의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입증해야만 했다." 

진상규명연대는 "우리는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교사의 신체 접촉이 친밀과 애정의 표현으로 인정되는 학급문화, 가해자에 동조하는 동료 교사의 방관자적 태도는 학교가 이 사건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상규명연대는 △학교의 사건 축소·은폐를 행정 감사로써 명백히 밝히고, 피해자와 가족이 요구하는 '전수조사'를 적극 수용할 것 △사건 처리의 미흡한 대처와 판단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과하고, 진상규명을 통해 비위 교사에 대한 단호한 처분을 결정할 것 △사건의 본질인 ‘학내 불평등과 위력에 의한 성착취’를 방지하기 위해 재조사 시 성인지 감수성을 인식한 철저한 조사 및 재발방지 기준을 마련할 것 등을 경기도교육청에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엔 지난 2018년부터 스쿨미투 운동을 활발히 전개해온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정치하는 엄마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등의 단체들이 참여해 연대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에서 스쿨미투 운동에 참여해온 양지혜 기본소득당 경기도의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는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되기도 한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가 과거 "스쿨미투 운동의 첫번째 요구"였다며 "학내 성폭력은 일부 학교, 일부 교사의 일탈이 아니라, 그 자체로 대한민국 교육현장의 문화"임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교육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며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성평등 교육, 성평등 자치기구, 성평등 규칙이 필요하다. 4년 간 스쿨미투 고발자들이,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이,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수없이 말해온 내용이다"라고 지적했다.

프레시안

▲13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열린 '경기도 초등교사 성추행 진상규명 촉구 연대'의 기자회견 ⓒ정치하는엄마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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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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