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코로나 속 연일 '강행군 일정' 소화하며 대책 부심
매체 '사랑의 불사약' 언급하며 김정은 중심 내부결속 강조
북한 김정은, '약품 공급안돼' 검찰소장 질타 |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리더십을 쌓고 부각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을 '대동란'이라며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을 현장에서 지휘하고, 북한 매체들은 이를 치적으로 선전하며 내부 결속의 기회로 삼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평양을 중심으로 '알 수 없는 열병'이 번지고 이것이 코로나19 변이인 스텔스 오미크론'(BA.2)으로 확인되자 김 위원장은 12일 새벽부터 나흘간 7차례의 '강행군' 일정을 소화했다.
12일 새벽 2시 노동당 정치국 협의회를 전격 열고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선언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북한 매체는 당시 오전 10시 이전에 이러한 사실을 대내외에 공개했는데, 김 위원장의 동선이 당일 신속히 공개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발 빠른 대처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같은 날 집권 이후 처음으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전격 시찰하고 방역실태와 전파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이틀 뒤인 14일 정치국 협의회를 재차 소집하고 처음으로 전시 비상용인 '국가 예비의약품'을 풀도록 했다.
당 지도부에는 "당 중앙이 역사의 시련 앞에서 다시 한번 자기의 영도적 역할을 검증받을 시각이 왔다"라며 경각심을 불어넣었는데, 코로나19 상황을 원만히 수습하는데 자신의 리더십이 달려있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은 셈이다.
마스크 겹쳐 쓴 북한 김정은 |
특히 이 자리에서 이른바 '1호 물자'로 불리는 본인과 가족용 상비약을 전격 기부할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이 앞장서 기부를 하면서 고위간부들도 집에 보관하고 있는 상비약을 내놓는 릴레이 기부가 이어졌다.
그동안 북한 최고지도자가 모범 주민에게 선물을 보내기는 했어도 상비약을 공개적으로 기부한 것은 처음이다.
기부 방식도 김 위원장이 속한 당 조직인 본부당위원회(노동당내 당조직)에 내놓으며 일반 주민들이 흔히 하는 방식을 따랐다.
그런가 하면 같은 날 코로나19로 인한 혼란 속에서도 정권 수립 이후 줄곧 고위직에서 체제를 떠받쳐온 양형섭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며 원로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15일에는 당 정치국 비상협의회를 소집해 의약품 공급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오히려 사재기 등 불법 행위가 만연하자 중앙검찰소장을 신랄히 질타하고 특별명령으로 인민군 군의부문을 투입토록 조치했다.
지속적인 경제난으로 사실상 의약품 유통 및 공급 체계가 붕괴한 현실 속에서 내각 대신 일사불란한 명령체계를 갖춘 군을 긴급히 투입한 것이다.
같은 날 심야에는 평양 대동강구역의 약국들을 둘러보며 밑바닥 의료 실태를 파악하고 낙후한 의약품 보관 실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 조선인민군 군의부문의 전투원들 결의모임 진행 |
군도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지휘아래 모임을 열고 원만한 의약품 공급을 결의하고 의약품 공급 및 유통 상황을 통제하고 안정화하는데 나섰다.
뒤늦게 내각 관료들과 각지 정권기관 책임간부들도 직접 발로 뛰며 동네 약국과 진료소, 인민반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의약품이 가닿도록 하는 중이다.
북한 매체들은 코로나19 수습을 위한 김 위원장의 이런 행보를 선전에 대대적으로 활용하면서 김 위원장의 영도를 '일심단결'로 받들어 반드시 대동란을 극복할 것을 촉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총비서동지께서는 온 나라 가정에 평온과 웃음을 안겨주시려 불면불휴의 노고를 바치시며 방역대전을 정력적으로 진두지휘하고 계신다"며 그가 기부한 약품과 일반에 풀도록 한 국가예비의약품을 '사랑의 불사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어 "악성전염병은 결코 통제 불능한 것이 아니다"라며 김 위원장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심'을 간직하고 "필승의 신심과 낙관으로 당과 사상과 뜻, 발걸음을 함께 해나간다면 방역대전에서 결정적 승리를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핵심계층이 사는 평양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전국을 강타한 코로나19로 민심이 불안하고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상처가 생길 수 있는데, 오히려 이번 기회를 충성과 내부 결속을 다지는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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