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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생사 갈림길 넘어온 아프간 아이들…"비행기 보니 좋고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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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공항공사 초청을 받은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들이 24일 김포공항 잔디마당에서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가운데 검은색 상의)과 함께 소원 메시지를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려보내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공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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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탈레반 세력에 장악당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을 도와 일했던 아프가니스탄 조력자들과 그 일가족 390명이 극적으로 구출됐다.

작전명은 '미라클'.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이 20년 만에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인 탈레반의 손에 넘어가자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참여했던 시기에 수년간 한국을 도운 조력자들을 현지에 둘수 없다고 판단하고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성공적인 구출 작전을 마무리했다.

세계 언론은 아프간 조력자들을 100% 구조한 한국 정부에 대해 성공적인 작전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당시 프랑스는 60명, 일본은 1명의 조력자를 구조했다.

한국땅을 밟은 390명 가운데 140명은 현재 국내 초·중·고등학교에 다닌다. 이중 68명은 울산에, 나머지는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한국공항공사가 24일 인천·김포·고양 등 수도권에 살고 있는 아프간 출신 초등학생 22명을 초청했다. 생사의 갈림길을 넘어 한국 땅을 밟은지 9개월 여 만이다.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구출된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자녀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해 이번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면서 "아비귀환이던 아프간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공항은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텐데 이들에게 즐겁고 희망찬 공항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윤 사장 예측대로 아이들은 종일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한국공항공사 본사 사옥 6층에 마련된 옥외전망대에서 아이들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김포공항 활주로를 보며 서툰 한국말로 "즐겁다" "재미있다"를 연발했다.

모국어인 다리어로 "바즈 딛 아즈 포?胄� 비샬홉 와 허쉬 고자시트"를 외친 아이도 있었다. 한국어로 "좋고 재미있다"란 뜻이다. 인천 송도초에 다니는 아마니 아티아 양(11)은 "엄마 아빠와 함께 또 오고 싶다"고 했다.

이날 아이들은 김포공항 출·도착장을 둘러보고 보안검색을 체험했다. 공항 잔디마당에서 소원 메시지를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려 미래의 꿈을 소망했다.

김포공항 인근에 있는 국립항공박물관에서는 조종·관제·기내 훈련 진로 체험, 항공역사 전시관람 등을 통해 항공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도 했다.

윤 사장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제가 더 행복했다"면서 "아이들이 한국에서 잘 성장해서 재건 후 아프간으로 돌아가거나, 한국에 남아 한-아프간 친선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윤 사장은 아프간 특별기여자 자녀 초청 체험행사의 정례화를 약속했다.

윤 사장은 "매년 아이들을 초청해 진정성 있게 소통하겠다"면서 "특히 나중에 이 아이들 중 한명 정도는 공사 직원으로 특별채용해 양국을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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