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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정치신인 대통령과 여의도 정치가 만났다…등돌리면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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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의 도전 ⑰] 대통령 참모진에 전문가·검찰 출신 포진

여소야대 속 당정 갈등 생기면 국정난맥 불가피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국방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회의장단과의 저녁 만찬에서 활짝 웃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5.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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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취임 보름차 정치 신인 윤석열 대통령과 여의도 정치가 만났다. 인사 문제를 두고 시작부터 당정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향후 5년간 긴밀한 당정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당정 관계는 정국 기상도와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을 가늠할 핵심이다.

윤 대통령의 직전 경력은 법조인이 유일하다. 법조인 외에 경험이 전무한 그가 검찰총장직을 버리고 3개월 만인 2021년 6월 말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이후 8개월여 만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 입장에선 '굴러온 돌'인 윤 대통령이 마냥 반갑기만 할 수는 없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당정 간에 갈등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신임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단적인 사례다. 집권여당 원내지도부는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윤종원 행장 내정설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주도한 사람에게 윤석열 정부 경제수장을 맡기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우려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낙마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후보자 사례에서도 당정 간에 갈등이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민심에 반하는 인사는 안된다'며 대통령실에 임명 반대 의견을 전달한 끝에야 정 후보자는 자진사퇴했다. 윤 대통령은 낙마 직전까지도 정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의중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 참모진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대통령 주변에는 전문가 그룹과 검찰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검찰 재직 당시 한솥밥을 먹은 최측근 참모들을 요직에 기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함께 호흡을 맞춘 복두규 대통령인사기획관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한 이원모 인사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

이들이 기존 정치세력과 긴장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절차를 중시하고 토론과 정쟁이 많은 여의도식 정치가 관료 출신인 윤 대통령과 참모진에게 자칫 시끄럽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자기 사람은 끝까지 밀어준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면서 계파를 형성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구조적으로도 정부나 여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은 어렵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292석 가운데 167석(57.19%)을 갖고 있다. 국민의힘은 109석(37.33%)에 그친다. 지난 3월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득표율은 48.56%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차이가 불과 0.73%포인트(24만7000여표)였다. 1987년 직선제 대선 이후 가장 작은 득표율 차였는데, 그 표는 무효표 30만7000여표보다 적다.

가뜩이나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책을 추진할 힘이 부족한 상황에서 당청 갈등까지 생기면 국정 난맥이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 여파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가 심화하는 상황이라 거대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이다.

새 정부 출범 직후 통상 6개월에서 1년가량 유지되던 여야 간 '밀월기간'은 검수완박과 청문 정국을 거치며 이미 끝난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으로 핵심 쟁점은 타결했더라도 6월 지방선거라는 큰 산을 앞두고 있다. 정국 주도권 다툼이 한층 가열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대통령이 정치를 비효율적이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를 비효율로 치부하면서 원만한 당·청, 대야 관계를 유지하지 못해 쓴맛을 봤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마포대교를 건너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여의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깊었다는 의미다. 이 전 대통령은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과도 거의 소통하지 않았다. 그 결과 국회의 고유 권한인 원 구성조차 대통령의 입김에 좌우됐고, 정권 말까지 청와대 우위의 당정 관계가 지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초반 당정 관계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초기에 원활한 당정 관계가 성립된다면 새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국정 과제 역시 탄력을 받게 된다. 반면 불협화음이 계속된다면 향후 국정운영은 물론 레임덕이 일찍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오섭 국정상황실장과 김오진 관리비서관 정도를 제외하고는 정치권 인사를 대통령실 비서관에 중용하지 않은 데서 윤 대통령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드러난다"라고 지적했다.

엄 소장은 "지방선거에서 크게 승리하면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 기조가 굉장히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존 정당에 대한 물갈이 시도가 이어지면서 (당정 간에) 긴장관계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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