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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박지현 “586 용퇴”… 윤호중, 책상 치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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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틀 사과 요구에 고성 오간 野 지도부

박홍근·김민석 등 586 면전서 “이제 아름다운 퇴장 준비할 때”

지도부 ‘상의하고 말하라’ 비판

박지현 “그럼 날 왜 여기 앉혔나”

조선일보

박지현(왼쪽), 윤호중(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회의에 참석한 모습. 이날 박 위원장은 “대선 때 2선 후퇴하겠다는 선언이 있었는데 지금 은퇴를 밝힌 분은 김부겸, 김영춘, 최재성밖에 없다”며 이른바 ‘586 퇴장’ 발언을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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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회의에서는 책상을 치는 소리와 고성이 오갔다.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에 이어 당 차원의 사과와 ‘586 용퇴’를 거듭 주장하면서 다른 지도부와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내로남불도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되고,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 정치도 심각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며 “왜 자꾸 사과하느냐는 사람이 많은데, 민주당에 대한 국민 분노가 더 깊어지기 전에 사과하고 기회를 호소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등 다른 지도부는 박 위원장 발언에 대해 ‘개인 의견’ ‘상의하고 말하라’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박 위원장의 ‘586 퇴장’ 발언은 586그룹에 속한 윤호중 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김민석 의원 등이 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나왔다. 박 위원장은 “대선 때 2선 후퇴 하겠다는 선언이 있었는데, 지금 은퇴를 밝힌 분은 김부겸·김영춘·최재성밖에 없다”며 “586의 사명은 민주주의 회복과 정착이었고, 이제 그 역할은 거의 완수됐으니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지도부 표정이 순식간에 붉으락푸르락해지는 게 보였다”고 전했다. 윤 위원장은 “이게 지도부인가”라며 책상을 치고 회의실을 떠났고, 박 원내대표는 “개인 자격으로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전해철 의원은 “지도부와 상의하고 공개 발언을 하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위원장도 “지방선거 지원 유세와 봉하마을에 다녀오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말한 것”이라며 “이럴 거면 나를 왜 이 자리에 앉혔느냐”고 맞받았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짤짤이 거짓말’ 논란을 일으킨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사건 처리도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지방선거 전에 징계 절차를 마치라는 요청에도, 윤리심판원이 선거가 끝난 뒤 회의를 개최한다고 결정했다”며 “우리 당 자치단체장들의 성폭력 사건으로 당이 그렇게 고통을 겪었는데 또 이렇게 미룬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강성 지지층이 ‘최강욱 무죄’를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잘못된 팬덤 정치는 끊어내야 한다”며 “극렬 지지층, 문자 폭탄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박 위원장이 최 의원의 빠른 징계를 재차 주장한 데 대해, 회의에 참석한 김민석 의원은 “지도부 일방 또는 개인의 독단적 지시에 의해 처리되는 수준의 정당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박 위원장이 이틀에 걸쳐 당 차원의 사과와 586 용퇴를 주장하면서 내부 의견 충돌이 심해지는 모습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부 분란이 있을 수 있다”며 “선거 앞두고 마치 보여주기식으로 가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윤호중 위원장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박 위원장의 사과 기자회견에 대해 “(박 위원장이) 향후 정치적 행보를 시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데 당이 다 협의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기자회견 전 윤 위원장에게 같이 기자회견 하자고 했고, 김민석 의원에게 취지와 내용을 상의했다”며 “어느 당 대표가 자신의 기자회견문을 당내 합의를 거쳐 작성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날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강성 지지층이 몰리며 “박지현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수백개 올라왔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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