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이로써 연 1.50%였던 기준금리는 '연 1.75%'가 됐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연 0.50%였던 기준금리가 1년도 채 안 돼 1%p 넘게 오른 셈이다.
이 총재가 취임하기에 앞서 지난달 14일 열린 한은 금통위 통방회의에선 6명 금통위원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0.25%p 올린 바 있다. 이처럼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7, 8월 이후 약 15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이창용 총재는 취임 후 처음으로 통방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잡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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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린 데는 '고물가' 영향이 크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4.8%로 치솟으며 5%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2008년 10월 이후 13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은은 물가 안정 목표치로 2.0%를 잡고 있지만, 현재 물가 상승률은 한은 목표의 두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또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 마저 높아진 상황이다. 소비자가 향후 1년 동안 물가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3.3%를 나타내며 9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여기에 미국의 빠른 긴축 속도도 이달 한은이 금리인상을 단행하게 된 큰 이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5일(현지시간) 공개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참석자는 "50bp(0.5%포인트, 1bp=0.01%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이 다음 두어 번의 회의에서 적절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언급은 5월에 그치지 않고 최소 두 번의 차기 회의에서 빅스텝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0.50~0.75%p인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차이는 연내 역전될 수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늦추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우려도 크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미국처럼 빅스텝을 실시할 가능성은 적지만,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 0.25%p 인상한 이후에도 7월과 올 4분기에 추가 인상해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25%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연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과 관련한 수정 전망치도 발표한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1%에서 4%대 이상으로 오르고, 경제성장률은 기존 3%에서 하향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날 오전 11시경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리인상 배경과 금통위의 '만장일치' 여부 등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jyo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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