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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중국과 거리두기 시작한 애플...상하이 봉쇄 이후 글로벌 기업 脫중국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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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한때 샌프란시스코-상하이 노선 비즈니스 항공권을 매일 50석씩 예약하던 애플이 중국 의존도 줄이기에 나섰다. 사진은 미국 뉴욕의 한 애플 매장.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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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제품의 85%가 중국에서 조립된다. 다른 나라보다 경쟁력 있는 인프라와 공급망 생태계, 값싸고 숙련된 노동력까지 갖춘 중국은 그동안 애플에 대체 불가능한 생산기지였다.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시장이기도 하다. 미중 갈등이 한창일 때도 중국 시장 내 애플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애플은 과거 항공권 구입 예산을 샌프란시스코-상하이 노선에 가장 많이 지출했을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 본사 직원들은 핵심 생산기지가 모인 중국 상하이 지역을 수시로 찾았다”며 “2019년까지만 해도 샌프란시스코-상하이 노선의 비즈니스석을 매일 50석씩 예약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중국의 무관용 방역 정책이 지속되면서 영원할 것 같던 애플의 ‘중국 사랑’도 점차 식어가고 있다.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보고된 이후부터 중국을 찾는 애플 본사 직원 수가 급감했다. 중국에 가려면 출국 전 코로나19 검사와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데다 정부가 지정한 시설에서 2~3주간 강제 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 출장을 가겠다는 직원이 거의 없었던 탓이다.

애플과 중국의 거리가 멀어진 결정적인 계기는 중국의 무자비한 도시 봉쇄 정책이다. 상하이, 선전 등 애플의 생산기지가 몰려 있는 중국 내 주요 도시가 봉쇄되면서 정교하기로 유명한 애플의 공급망에 큰 구멍이 뚫리게 됐다.

대만의 애플 전문가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상하이와 장쑤성, 저장성 등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창장삼각주 봉쇄 영향으로 2분기 애플의 출하량이 최대 40%까지 급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플, 중국發 공급 대란에 출하량 급감

애플도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행사를 통해 중국의 코로나 봉쇄에 따른 공급 대란으로 2분기 매출액이 80억달러(약 10조1304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 분기 아이패드 매출액에 버금가는 규모다.

결국 애플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국 의존도 줄이기에 나섰다. 인도, 베트남을 중국의 ‘대체재’로 육성하기 시작한 것.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제로 코로나 정책, 도시 봉쇄 사태 이후 애플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에 의구심을 갖게 됐다”며 “베트남과 인도가 애플의 공급망에서 앞으로 더 큰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하이 도시 봉쇄는 애플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철수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중 미국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코로나19 비즈니스 영향’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121개사 모두 중국의 코로나19 정책으로 경영 활동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으며 절반 이상 기업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이미 중국 내 투자를 줄였거나 연기했다고 답했다.

외국 인재들의 대규모 이탈도 글로벌 기업들에는 새로운 숙제가 됐다. 잇단 도시 봉쇄와 여행 제한 등에 지쳐 중국을 떠나겠다는 외국인 직원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외르그 부트케 중국 내 유럽연합 상공회의소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국에 거주하는 유럽인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한다”며 “앞으로 남은 사람 중 절반이 더 떠나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 내에서도 외국계 기업의 탈중국 행렬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둥성 싱크탱크 ‘광둥체제 개혁연구회’의 펑펑 회장은 “제로 코로나 정책 탓에 외국 투자자가 떠난다면 중국은 이를 걱정해야 한다”며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단순하고 잔인한 코로나19 통제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0호 (2022.05.25~2022.05.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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