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단합 균열 조짐…에너지가 상승 등 경제 악화에 정치적 압박도 가중 가능성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100일을 넘어서고 그 정치, 경제적 여파가 계속되면서 유럽이 또 한 번 시험대 위에 놓이게 됐다.
유럽연합(EU)과 회원국은 그동안 신속한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재정, 무기 지원, 대규모 피란민 수용 등의 대응으로 단합을 과시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같은 단일 대오가 약화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에너지가 상승, 공급망 차질 등 악화하는 경제 상황 속에 전쟁이 더 길어지면 EU 각국에 가해지는 정치적, 경제적 압박도 가중돼 분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프랑스의 지정학 분석가인 장-마르크 발랑시는 AFP 통신에 "유럽의 단합을 얘기하지만, 거기에는 균열이 있다"면서 그것은 사실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U는 지난 4월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최근 러시아산 원유 수입 부분 금지를 포함하는 제6차 대러 제재를 채택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당초 완전 금수를 제안했지만, 헝가리의 반대 등 회원국 간 이견 속에 절충안을 마련하는 선에서 합의한 것이었다.
6월 독일에 있는 한 주유소에 연료 가격이 표시돼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EU는 앞서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금지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했지만, 유럽의 전력 생산과 가정 난방에 필수적인 연료인 가스를 겨냥한 제재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U 집행위는 이 같은 제재에 더해 2030년 이전까지 러시아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여 '독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2022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유럽이 러시아산 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빠르게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이 더 높아지고 심지어는 부족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OECD는 만약 전쟁이 고조되거나 더 오래 계속된다면 저소득 국가와 함께 유럽에서 특히 경제 전망이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U의 신규 에너지 제재가 아니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인한 에너지, 식품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악화로 유럽 시민들은 이미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생활비 상승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정치 지형의 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유럽 국가위험도 담당자인 로런스 앨런은 AFP에 "중단기적으로 생활비 위기는 각국 정부에 그 영향을 일부 완화하라는 요구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인들은 좀 더 급진적인 정치 쪽으로 갈 수도 있으며, 정부가 긴축 조처를 할 경우 특히 그럴 수 있다면서 2008년 금융 위기는 "소위 반체제 정치 확대의 촉매제였다"고 했다.
그는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이탈리아의 극우당 동맹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스페인의 급진좌파 성향 포데모스와 같은 정당들이 출현하면서 기성 정당들은 갑자기 기존의 우위에 도전을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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