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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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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테러'에 노출된 법조인들… 방화로 변호사 등 6명 목숨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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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패소 불만 품고 상대방 변호사 사무실 방화

변호사들 "의뢰인 폭언·협박 비일비재" 호소

"사법 테러 엄벌하는 시스템 갖춰야" 목소리 커져

아시아경제

지난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불이나 시민들이 옥상 부근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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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대구에서 벌어진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의 용의자가 재판 결과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되면서 법조계 내 '사법 테러'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변호사들은 의뢰인들로부터 폭언과 협박을 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제대로 된 보호 장치가 없어 불안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한다.

지난 9일 오전 10시55분께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에 있는 7층 건물 2층 변호사 사무실에서 불이 나 7명(방화 용의자 포함)의 사망자와 4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용의자인 50대 천모씨는 이날 건물 2층 203호에 인화성 물질이 든 통을 들고 가 불을 질렀다.

경찰은 천씨가 재개발 사업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해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는 천씨가 제기한 소송의 상대방 변호사 사무실이 있었다. 해당 변호사는 화재 당시 외부에 있어 화를 면했으나,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다른 변호사와 직원 등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법조인을 겨냥해 물리적 공격이 행해진 사건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지난 2007년 교수 복직 소송에서 패소한 전직 교수가 항소심 재판부 판사에게 석궁을 쏴 부상을 입힌 '판사 석궁 테러'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4년에는 민사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의뢰인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질러 사무실이 전소되는 일이 있었다. 2018년에는 판결에 불만을 품은 남성이 출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차량을 향해 화염병 테러를 가한 유례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 개인의 원한이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테러로까지 이어지면서 법조계에선 충격과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소송 과정에서 변호사가 의뢰인과 크고 작은 다툼을 벌이는 경우는 물론이고 폭언·비난을 듣거나 협박 등 위협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A씨는 "의뢰인이 재판 결과 등에 대해 변호사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위협을 가하는 경우는 숱하다. 대구 참사는 방화로 인한 사망 사건이지만,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언제든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변호사 B씨도 "대부분의 변호사는 의뢰인으로부터 원망, 화풀이 등 다양한 공격을 당한다. 더 큰 문제는 변호사들을 향한 의뢰인의 공격에 어떤 보호장치도 없다는 점이다"라며 "의뢰인과 분쟁이 일어났을 때 법원과 수사기관이 변호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암암리에 양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변호사를 향한 공격의 심각성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벌어진 반사회적 묻지 마 테러"라며 "용의자에게 테러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은 상대방 변호사였다. 이 변호사는 용의자에게 직접적으로 경제적 손실을 끼친 사람이 아닌데도 다짜고짜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불신이 깊고, 합리적인 의사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법 테러 가해자를 엄벌하는 시스템이 하루빨리 갖춰져야 한다. 언제든 테러를 당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면 어떤 법조인도 안심하고 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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