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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갑질 논란’ 대전시, 조직문화 개선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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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직원들 극단선택 잇따라

본청 공무원 조직문화 실태조사

MZ세대 “불필요한 보고 없애야”

업무 떠넘기기·부실 교육 지적도

市, 스마트근무 등 9대 전략 마련

“전체 업무시간 중 20∼30%는 불필요한 보고자료 작성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대전시의 젊은 공무원들은 바꿔야 할 조직문화로 ‘불필요한 보고‘와 ‘업무 떠넘기기’를 첫손에 꼽았다. 또 부실한 업무 인수인계와 신규직원 교육 지원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시는 지난 3월부터 한 달간 본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벌여 나온 조직문화 진단결과를 14일 공개했다.

시의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직원들은 ‘보고관행 답습’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들은 “‘보고를 위한 보고’와 문서 꾸미기 등 내용보다 형식에 치중하는 데 하루 2시간 이상 소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직문화에 대한 세대별 설문조사에선 20대 직원들이 ‘신규직원 교육제도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신규직원 업무 부적응의 원인이 교육 지원체계 미흡과 비체계적 업무 습득 방식 탓이라고 짚었다. 업무관련 숙련도가 낮은 8~9급 역시 업무관련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인수인계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 직원 비중 급증에 따른 세대 간 인식 차이 심화도 문제점으로 제시됐다. 대전시는 서울이나 인천 등 다른 지자체에 비해 본청 내 9급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라 2019년 이후 신규 9급의 본청 발령이 급증했다.

세대별 인식 차이도 극명했다. 50대 이상 직원은 갑질과 의전문화가 이전보다 개선됐고 성평등 문화도 확산됐다고 했지만, 30대 직원은 이들 문화가 여전히 악습으로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업무량이 가중됐지만 신규 직원을 제때에 충원하지 않고 불필요한 업무의 일몰제가 없다는 점도 개선점으로 제시됐다.

시는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앞으로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 스마트한 근무방식 확립, 인수인계 제대로 하기, 초과근무 개선, 다양한 소통채널 운영 등 9대 전략을 내놨다. 세부 과제로 보고서 작성주체·보고방법 재검토, 불필요한 사업 폐지 보고회 개최, 인수인계 주간 설정, 신규 공무원 실무교육 강화 등을 주문했다.

앞서 지난해 9월 대전시 본청 9급 신규 공무원과 소방공무원이 부당한 업무 지시 등 ‘직장 내 갑질’을 호소하며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시는 공직 문화가 도마 위에 오르자 지난해 말 근무경력 10년 미만 또는 만 40세 미만의 MZ세대 직원으로 구성된 주니어보드와 멘토링 제도 등을 시행, 조직문화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박재묵 시 조직문화개선기획단장은 “조직문화 혁신은 제도와 인식 개선이 동시에 이뤄질 때 가능하고 간부들의 솔선수범이 매우 중요하다”며 “직원들이 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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