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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文정부가 숨긴 ‘서해 공무원 피살’… 이르면 이번주 정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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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기록물 아닌 軍·해경 자료 대상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2022년 1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의 유가족과 면담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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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과 관련, 윤석열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사건 진상을 규명할 정보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유족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안보실과 해양경찰청이 낸 항소를 취하하고 관련 자료 일부를 대중에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군의 대응이 적절했느냐를 놓고 정치적 논란과 함께 전·현직 정권 간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국가안보실은 현재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없는 한도 안에서 최대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한다’는 방침 아래 정보 공개를 위한 법률·보안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실 고위 관계자는 본지에 “그런 쪽으로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공개 대상으로는 ▲군 당국과 해양수산부 등이 안보실에 보고한 내용 일부 ▲해경이 작성한 초동수사 자료 ▲피살 공무원 이모 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선원들의 진술 내용 등이 거론된다.

2020년 9월 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던 해수부 공무원 이씨는 실종 후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은 불태워졌다. 당시 해경은 이씨가 1억원이 넘는 채무가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월북(越北)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는데,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북 관계 때문에 진실을 은폐한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씨 아들에게 “진실을 밝혀내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진전이 없자 유족들은 피살 경위 확인을 위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1월 일부 승소했다. 문재인 정부 안보실과 해경이 항소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진행 중인데, 윤석열 대통령실이 항소를 취하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2020년 9월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 씨(왼쪽)와 김기윤 변호사가 25일 오전 청와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서류를 대통령기록관에 전달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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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관련 정보들이 공개되면 문재인 정부에서 베일에 싸여 있던 사건의 진상이 상당 부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 당시 대통령 보고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이뤄졌고 ▲당시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의 대응과 지시는 적절했는지 등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유족 측을 대리하고 있는 김기윤 변호사는 통화에서 “이미 안보실에서 군과 해수부, 해경 등에 자료를 요청해 대략적인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안다”며 “정보들이 공개되면 적어도 ‘이씨가 월북할 의도가 있었다’는 프레임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직접 정보 공개를 추진하는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과 함께 사건 진상이 담긴 자료들 다수가 최장 15년간 비공개되는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유족들이 1심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하급심 판단만으로는 공개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 때문에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국민 눈높이에 모자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신분이던 올해 1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북한에 의해 죽임을 당한 고인의 명예를 되찾아 드리겠다”고 했다. 안보실은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관계자들이 유가족 측과 소통하며 진상 규명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기록물을 열람하려면 국회를 통하는 방법도 있지만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의결이 었어야 돼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대통령 기록물 비공개는 정권이 바뀐 다음 통치 행위에 관한 내용을 유불리에 따라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말라는 취지”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러면 정상적인 통치 행위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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