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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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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BTS 쇼크와 미래 성장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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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원배 경제산업디렉터


‘BTS 쇼크’라 부를 만하다. 방탄소년단(BTS)의 단체활동 잠정 중단 얘기다. BTS는 빌보드 1위에 이어 그래미상 후보에 지명됐다. 유엔 총회 연설에 이어 백악관에 초청될 정도로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음에도 BTS 멤버들은 당분간 개인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소속사는 “앞으로 팀 활동과 개인 활동을 병행한다”고 했지만, 전과 같은 그룹 활동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15일 소속사인 하이브의 주가는 25%나 급락했고 시가총액은 2조원이 증발했다. 16일 주가가 다소 회복됐지만,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주가는 60% 넘게 떨어졌다.



단체활동 중단에 하이브 주가 폭락

제2의 BTS 나오려면 변화는 필수

불합리한 시스템 고쳐야 도약 가능

중앙일보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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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밤 공개된 BTS의 ‘찐 방탄회식’이라는 1시간짜리 유튜브 동영상에서 멤버들은 그동안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리더 RM의 말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며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고 해야 하니까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공장 시스템’을 비판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그렇다. K팝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다. 상당히 고도화된 제작 시스템이다.

전 세계의 작곡가로부터 곡을 받고 군무를 만들어 세계 시장을 겨냥해 마케팅을 한다. 연습생 기간에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고 데뷔 후에도 한 숙소에서 합숙한다. 이들은 노래 이외에 다양한 콘텐트를 선보이며 팬들과 소통하고, 이를 통해 단단한 팬덤을 형성한다. 팬들은 이들의 음반과 굿즈를 대량 구매하고 콘서트에 참석하며 막대한 수익을 소속사에 안겨준다.

문제는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한참 뛰어넘어 최정점에 선 그룹이 그 시스템에 의문을 던지며 1막을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당신 자신을 사랑하라”고 설파하던 BTS가 “쉬고 싶다고 하면 팬들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라 말을 못했다”고 고백을 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팬들은 아쉽겠지만 BTS가 해체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 활동을 한다고 하니 지켜보면 될 일이다. 하지만 상장기업 하이브는 그렇지 않다. 최고의 수익원이 전처럼 활동하지 못한다는 것은 큰 타격이다. 멤버들은 각자의 길을 찾을 것이다. 솔로로 성공할 수도 있고 단체 활동도 할 것이다. 하지만 하이브의 실적이 더 좋아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하이브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지만 회사의 핵심이라고 할 BTS는 이미 정신적 한계점으로 몰리고 있었다. 하이브의 위기관리 능력에도 물음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이브가 신인 그룹을 데뷔시킨다지만 BTS만큼의 대성공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기존 접근법으론 제2의 BTS가 나오긴 힘들 것이다. 이번 하이브 주가 폭락 사태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이라면 기우일까. 성공하기도 어렵지만 그 성공을 지켜가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히트 제품을 내고도 시장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기업이 쇠퇴한 사례는 너무 많다.

한국 제조업의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하락세다. 이젠 ‘6만 전자’까지 위협당하는 처지다. 파운드리 분야의 강자인 TSMC와의 경쟁이 녹록지 않다. 우수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고 한다. 대학은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 교육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지만 기초 학력에 미달하는 중고생은 늘었다.

성공을 위한 축적의 시간은 분명 필요하지만 일정 단계가 지나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 BTS 멤버들의 말처럼 남자 7명이 서른 살에 가깝도록 합숙 생활을 하면서 칼군무를 선보이긴 힘들다. ‘사람을 갈아 넣는 방식’을 계속 쓰긴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후발 국가는 그런 방식으로 한국을 추격한다.

돌파구는 뭔가 다른 방식으로 찾아야 한다. 창의성 있는 인재와 도전적인 기업이 미래를 열어야 하고, 정부와 국회는 이런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사회 시스템도 여기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16일 첫 번째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해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에 대한 5대 구조 개혁 목표도 제시했다.

문제는 이런 개혁이 하나같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 대부분이다. 보통 선거가 없는 해가 개혁의 ‘골든타임’으로 불리는데 여야의 대립은 격화되고 있다. 이런 걸 헤쳐 나가며 성과를 내는 것이 정부의 능력이다. 윤석열 정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원배 경제산업디렉터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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