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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사설] 윤 대통령의 버티기…‘책임은 나에게’ 명패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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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허점 악용해 헌재 서류 송달 거부 시간끌기





소환조사도 불응…국민에게 더 큰 실망 주지 말아야



중앙일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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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윤 대통령의 비협조와 시간 끌기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한 지 오늘로 열흘째다. 그동안 헌재는 우편과 인편을 통해 탄핵심판 접수 통지 등 관련 서류를 보냈지만 윤 대통령은 이 서류를 받지 않았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보내면 수취인인 윤 대통령이 없다는 이유로 돌려보내고, 한남동 관저로 보내면 경호처가 접수를 거부하는 식이다. 탄핵의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한 실체적 쟁점도 아니고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서류 송달부터 이렇게 나오는 건 법적 허점을 악용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헌재의 서류 수령조차 거부하는 윤 대통령의 구차한 모습은 앞선 두 번의 대통령 탄핵심판 사례와도 대조된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 다음 날 헌재가 보낸 서류를 받고, 나흘 뒤엔 대리인단 위임장과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약 1시간 만에 대통령비서실을 통해 서류를 받고, 7일 뒤 대리인단 위임장과 의견서를 냈다. 헌재는 오늘 윤 대통령이 서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에 대해선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규정한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소환조사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에게 성탄절인 모레 오전 공수처로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라고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공수처는 지난 18일에도 윤 대통령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했지만 윤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친 검찰의 소환 통보에도 불응했다. 출석 일정을 수사기관과 조율할 변호인 선임계도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석동현 변호사가 지난주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입장을 대신 밝히긴 했지만 정식으로 변호인을 맡은 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이제라도 시간끌기를 멈추고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던 대국민 담화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 보면 국면을 전환하고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면 중대한 오산이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집무실 책상의 명패를 자랑스럽게 공개했던 건 바로 윤 대통령 자신이 아니었나. 지난 2년7개월 동안 국정 최고책임자였던 윤 대통령이 ‘침대축구’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계속 시간을 끈다면 국민에게 더 큰 실망을 안겨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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