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물가 대응으로 '감세'
유류세 등 완화…물가 하락 및 체감 효과 크진 않아
정치권에선 추가 감세 움직임…건전재정 기조와 일부 상충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정부가 고물가 대응을 위한 민생안정대책으로 '감세' 카드를 꺼낸 가운데 올해 유류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 완화에 따른 세수 감소 규모만 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6%대 물가상승 예측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당정이 향후 추가 감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앞서 정부가 강조한 ‘건전재정’ 기조와의 충돌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민생안정대책으로 내놓은 유류세 인하 확대 조치로 하반기 세수가 유류세 인하 전과 비교해 약 5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9일 유류세 인하폭을 현행 30%에서 오는 7월부터 법정 최대 한도인 37%까지 확대키로 했다.
유류세는 지난해 11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인하됐다. 이에 따른 세수 감소분은 ▲인하폭이 20%인 지난해 11월~올해 4월 2조5000억원 ▲인하폭이 30%인 5~6월 1조3000억원 ▲인하폭이 37%인 7~12월 5조원 규모다. 올해만 대략 8조원의 세수가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달 정부 민생안정대책에 포함된 재산세·종부세 부담 완화 조치로 관련 세수 역시 줄어들 전망이다. 기재부는 올해 종부세수가 지난해 보다 약 1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1주택자 종부세수는 2000억원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지난 19일 추가로 내놓은 국내선 항공유 할당관세 인하 조치로 인한 세수 역시 80억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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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팎에선 물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민생 안정을 위해 세금 감면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강조한 건전재정 기조 전환과 일부 충돌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 감세에 따른 물가 하락 및 소비자 체감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정부 내부적으로는 고민거리다. 특히 유류세의 경우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기 전인 지난해 11월 이미 20% 인하 카드를 써 버려 정책 여력이 제한적이고, 유가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가팔라 추가 인하로 인한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적잖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선 추가 감세를 위한 법 개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별위원회는 유류세 인하폭을 50%까지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기름값 인하를 주장하고 있어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가 더 뛰면 민생안정을 위한 현금성 지원 등의 조치가 뒤따를 수도 있다.
올해 초과세수가 당초 정부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출범 직후인 5월 역대 최대인 6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5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초과세수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법인세수 호조에 올해 1~4월 국세 수입이 지난해 보다 34조5000억원 더 걷히는 등 ‘세수 풍년’이 예상되지만 하반기 경기가 급속도로 꺾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류세 인하를 포함한 감세 조치도 세수 측면에선 마이너스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민생안정대책에 따른 세수 감소분은 유류세가 가장 큰데 올해 1~4월 세수 계산에 이미 일부 반영했다"며 "유류세 인하를 포함해 민생 안정을 위한 감세 조치로 전체 세수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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