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코로나19 방역완화로 이동량↑…호흡기 감염 가능성 적어"
이례적인 확산에 WHO 오는 23일 긴급회의
원숭이두창 의심자 격리 중인 인천의료원 |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김영신 기자 =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원숭이두창이 국내에서도 확진 사례가 발생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미 지역사회에서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원숭이두창이 이례적으로 여러 국가에서 확산하는 배경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번 확산의 감염 경로와 특성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은 전파력이 강하지 않고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는 감염병이기 때문에 숨은 감염자가 많거나 코로나19처럼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지나치게 공포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 "지역전파 가능성 0% 아니야…이동량 많으면 전파 가능성도↑"
[그래픽] 세계 원숭이두창 확산 현황 |
2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의사환자로 신고된 2명은 모두 의심 증상을 보이는 상태로 입국했다.
부산 소재 병원에 격리 중인 외국인 A씨는 인후통 등 전신증상과 함께 수포성 피부병변 증상이 발생한 상태로 입국했고, 인천지역 병원에 격리 중인 내국인 B씨는 입국 당시 미열, 인후통, 무력증과 피부병변을 보였다.
이 가운데 A씨는 원숭이두창이 아닌 수두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으나, B씨는 원숭이두창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숭이두창은 1∼2주 혹은 4∼12일의 잠복기가 있는데, 증상이 시작되면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본다"며 "열이 나다가 1∼4일 뒤에 발진이 나타나는데, 수포·농포에 바이러스가 많다"고 설명했다.
발진이 돋은 뒤 물집이 생기고 커지다가 나아지면 딱지가 앉으며, 이 딱지가 떨어지면 전염력이 사라진다.
확진 판정을 받은 B씨는 입국 후 직접 의심 신고를 했기에 공항 격리시설을 거쳐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돼 특별한 밀접 접촉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일반적으로 증상이 나타난 상태였다면 전파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달리 원숭이두창은 더 밀접한 접촉을 통해서 감염된다고 설명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산 위험이 없지는 않지만, 원숭이두창은 전파 정도가 심한 질환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며 "코로나19가 유입돼 대규모로 확산한 것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고되지 않고 이미 유입된 환자가 있다면 전파 위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어떤 질환이든 잠복기가 있기 때문에 검역 단계에서 발견되기 어려울 수 있다. 원숭이두창 환자 중 심한 피부병변이 아닌 작은 병변을 동반한 경우도 있어 감염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이미 유입됐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다른 질환과 비교해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있고, 이 질병에 대해 최근 많이 알려지기도 해서 숨은 환자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이동량이 증가할수록 전파 위험도 더 커진다고 경고하면서 원숭이두창 국내 유입은 "시간문제였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유럽에서는 거리두기 완화로 축제가 많아지면서 원숭이두창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며 "우리나라도 최근 입국 격리 등 방역 조치가 많이 풀렸고 모임과 인구이동이 많아졌는데, 결국 전파는 인구이동의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국장에 세워진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 |
◇ "코로나19와는 달라…과도한 불안·공포감은 불필요"
송창선 대한인수공통감염병학회장(건국대 수의학과 교수)은 "상황을 잘 지켜봐야겠지만, 원숭이두창이 크게 확산할 것이라는 과도한 우려나 공포감 조성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원숭이두창은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와 달리 밀접한 피부 접촉을 통해 주로 감염되기 때문이다. 원숭이두창 환자의 물집이 터지면서 나오는 진물에 접촉하면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송 회장은 "해외에서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감염된 사례가 있어서 공기 전파 가능성이 있는지 추측하는 상황이지만, 주로 직접 접촉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너무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호흡기 전파 가능성에 대해 김우주 교수는 "입 안에 궤양이나 물집이 생기면, 타액이나 비말 등에 바이러스가 일부 들어갈 수 있다. 이 경우 기침하면 1∼2m 이내 가까운 사람들에게 비말 감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코로나19나 감기 등 다른 바이러스 유전자보다 크고 무거워서 상대적으로 멀리 전파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원숭이두창의 높은 치명률은 경계해야 한다.
원숭이두창의 치명률은 3∼6%로 알려져 있다. 비풍토병 지역에서는 1% 안팎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올해 발생한 원숭이두창 확진자 2천103명 중 사망자는 1명(나이지리아)이다.
김우주 교수는 "지금은 건강한 성인 남성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어서 증상도 가벼운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원숭이두창이 풍토병인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영양이나 위생이 좋지 않아 사망자가 많이 나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사람이 걸리면 중증도가 낮지만, 앞으로 확진자가 증가하고 면역저하자도 감염되면 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지만, 확진자가 증가하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사망자도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숭이두창은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돼 있다.
정부는 생물 테러 등 대비 목적으로 원숭이두창에도 85% 효과가 있는 (사람)두창 백신 3천500만여명분을 비축하고 있고, 원숭이두창 백신인 3세대 두창 백신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유일하게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허가된 '테코비리마트'도 내달 중 약 500명분 도입할 방침이다.
원숭이두창 국내 첫 환자 발생, 브리핑하는 백경란 청장 |
◇ 이례적 확산, 미지의 감염병…WHO '비상사태' 선포하나
원숭이두창 사례가 이처럼 많은 국가에서 동시에 보고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례적인 확산에 WHO는 오는 23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소집해 원숭이두창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포를 검토하기로 했다.
PHEIC는 WHO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질병과 관련해 발령하는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로, 현재 코로나19와 소아마비에 적용돼 있다.
김우주 교수는 "현재 원숭이두창으로 입국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보지만, WHO 회의 결과 이동 제약에 영향이 미칠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서부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이던 원숭이두창이 기존과 비교해 비정상적으로 확산한 배경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WHO는 "실제 사례 수는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비풍토병 지역에서 이 감염병에 대한 인식과 감시·진단 체계가 부족한 영향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숭이두창이 새롭게 확산한 국가에서는 성적 접촉과 관련해 많은 감염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원숭이두창이 일부 성병과 비슷해 보인다며 최근 미국에서 성병으로 진단된 환자 일부가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것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호흡기 감염 여부도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비말 감염이 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비말 감염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WHO는 의료 종사자가 적절한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확진자와 접촉하면 감염 위험이 있지만, 일반인에 대한 위험은 낮다고 설명한다.
WHO는 원숭이두창의 새로운 명칭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바이러스의 기원이 불확실해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상태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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