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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폭력 ‘신고’ 반 년 뒤… 다른 직원이 집 문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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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포스코 성폭력 피해자, ‘사내신고’ 없이 곧바로 경찰서 간 이유

사내 신고해도 돌아온 건 낮은 징계 수위와 2차 가해

“사내 신고 절차 신뢰 못 해…경찰에 곧바로 고소”

무관용 원칙 내세운 기업들…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성추행 전력자 임원 되고 사진증거 있어도 해고 안 돼”

사내 성폭력 해결 절차에 외부 전문가 참여해야


한겨레

포스코 성폭력 사건의 경우, 참다못한 ㄱ씨는 성희롱·성추행을 일삼던 ㄴ씨를 지난해 12월 말 사내 감사부서에 신고했지만 돌아온 건 부서 내 ‘따돌림’ 등 2차 가해였고 지난 2월 결정된 가해자 징계는 감봉 3개월에 그쳤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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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한 포스코 직원이 사내 신고 절차를 건너뛰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한차례 사내 감사부서에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지만, 돌아온 건 가해 수위에 비해 낮은 징계 결과와 2차 가해뿐이어서 사내 성폭력 처리 절차를 신뢰하지 못한 것이다.

포스코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마련해둔 성폭력 방지 및 후속조치 제도가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가해자를 두둔하는 분위기가 피해자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27일 포스코 성폭력 피해자를 돕고 있는 김정희 포항여성회 회장은 <한겨레>에 “(성폭력 피해자가) 지난해에 성희롱·성추행을 사내에 신고했는데 회사 대처가 너무 미흡하고 오히려 2차 가해가 심했다. 이때 너무 힘들었던 기억에 두 번째 사건이 벌어졌을 땐 사내 마련된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경찰에 바로 고소했다”고 말했다. 포스코 쪽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관련 글이 올라와 자체 조사를 실시했는데, 피해 직원이 회사보다는 경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2018년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입사한 ㄱ씨는 3년간 같은 부서 직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해왔다. 참다못한 ㄱ씨는 성희롱·성추행을 일삼던 ㄴ씨를 지난해 12월 말 사내 감사부서에 신고했지만 돌아온 건 부서 내 ‘따돌림’ 등 2차 가해였고 지난 2월 결정된 가해자 징계는 감봉 3개월에 그쳤다.

이어서 지난달 29일, 다른 직원 ㄷ씨가 ㄱ씨의 집에 찾아와 성폭행을 시도했다. ㄴ씨 징계 결과가 전혀 경각심을 주지 못한 셈이다. 결국 사내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ㄱ씨는 지난 7일 ㄷ씨를 특수유사강간 혐의로, ㄴ씨 등 다른 직원 3명을 성추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포스코는 그간 성 윤리 위반에 ‘원 스트라이크 아웃’(무관용) 제도를 적용한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ㄴ씨 징계 과정에서는 이 제도가 적용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피해자 쪽 이야기다. 김정희 회장은 “언어적 성희롱뿐만 아니라 신체적 성추행도 있었다”며 “성추행은 형사처벌 대상인데 더 강력하게 대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포스코 쪽은 “경고나 주의가 아니고 바로 징계를 내리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적용했다”며 “조사 결과에 따른 (가해) 경중에 따라 판단한 것이다. 감봉 3개월도 중징계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삼성, 엘지(LG),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은 모두 성 비위 관련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부 권위주의적 문화가 남아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성폭력 사건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4대 그룹 화학계열사에 다니는 한 직원은 “성추행 전력이 있는 사람이 임원을 달기도 했고, 성추행 장면이 찍힌 사진까지 나온 팀장급 직원은 보직해임을 당하고 공장으로 좌천됐지만 여전히 잘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3월까지 국내 금융사의 사내 윤리강령 위반 총 220건 중 성희롱·성추행 관련 징계가 76건으로 가장 많았다.

성폭력에 적극 대처하려는 경영진의 의지 부족과 만연한 남성 중심적 기업문화가 관련 제도를 무력화하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박효원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제도가 잘 마련돼 있더라도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2차 가해라는 불이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고, 보통은 피해자의 연차가 적은 편이고 반대로 가해자는 권력이 있다 보니 회사가 가해자 편을 들게 된다”고 말했다.

호텔신라 성추행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16년 호텔신라 입사 2년차인 20대 여성이 같은 팀 상사로부터 세 차례 강제추행을 당했다. 성추행 발생 직후 직속 상사에게 보고했으나 회사 정식 조사는 2년 뒤에야 진행됐고,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가 이뤄지지 않다가 결국 피해자만 원치 않는 부서로 인사 이동됐다. 고용노동부조차 가해자의 부서 이동이 불가능했다는 회사 쪽 주장을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이 피해자는 “(사내 성범죄가 발생하면) 바로 112에 신고해야 한다. 현행범으로 잡히면 최소한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직장 내 성폭력 처리 절차에 외부 전문가 참여를 강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사내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심의위원회 구성에 외부 위원을 참여시키라고 돼 있지만, 권고에 그치고 있다. ㄴ씨의 징계 수위를 결정한 포스코 인사위원회는 모두 임직원으로 꾸려졌다. 김정희 회장은 “직장 내 성폭력 사건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나 외부 위원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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