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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고객이 재미있어야”… 은행권, 금리보다 뜨거운 콘텐츠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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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으로 다시 돈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예수금을 확보하고 신규 고객을 잡으려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들은 금리 경쟁은 물론 플랫폼 콘텐츠 경쟁에도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비대면 금융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우거나 이종 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소비자에게 재미와 놀이, 경험을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이달 14일 내놓은 ‘키워봐요 적금’ 상품이 출시 3일 만에 누적 계좌 개설 10만좌를 돌파하며 2030세대를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매주 저금하면 내가 키우는 동물 캐릭터가 자라나는 콘셉트의 6개월 만기 자유적립식 정기적금 상품이다.

가입 시 고객은 유령, 거북이, 문어, 망아지 4종 중에서 무작위로 하나의 알을 받는다. 이 알은 이튿날 부화하면서 6개월 동안 열 단계에 거쳐 자란다. 매주 적금 자동이체를 달성하면 이 알은 최종 만기 시 전설의 동물로 진화한다. 친구와 함께 적금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해당 상품은 가입금액과 주 납입 이체 한도는 최소 1000원 이상 최대 20만원까지다. 납입한도는 월 최대 100만원까지다. 기본금리는 연 1%로, 6개월 만기 해지 시 금리는 세전 3%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긴 시간 인내하며 목돈을 만들어 가는 시간을 즐겁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한 상품”이라면서 “시장의 호응으로 보다 즐겁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는 시장 수요자들의 요구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SNS에 동물을 키우는 과정을 공유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비즈

토스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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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기분에 따라 감정표현 이모티콘을 선택하고 저금액을 바꿀 수 있는 ‘기분 통장’을 이달 초 출시했다. 이 역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겨냥해 재미있게 소액을 저축할 수 있도록 기획한 상품이다.

가입자가 매일 감정을 나타내는 ‘이모지’를 선택하고 일기처럼 메시지를 적은 뒤 저금한다. 예를 들어 기분이 좋은 날에는 행복한 이모지를 택하고 ‘뭘 해도 되는 날’이란 메시지와 함께 행운의 숫자인 ‘7′로 구성한 7777원을 저금하고, 우울한 날엔 우울한 이모지와 ‘만사가 귀찮은 하루’란 메시지를 쓰고, 1만4원(10004원)을 저금하는 식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MZ세대 중심으로 SNS상에 인기를 끌고 있는 행복할 때마다 쪽지와 함께 저금하는 ‘해피저금통’을 케이뱅크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라며 “앞으로 재미 요소를 더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는 저축과 동시에 집을 꾸밀 수 있는 재미를 주는 ‘26주적금 with 오늘의집’ 적금 상품을 이달 내놨는데, 가입 계좌 수가 출시 3일만에 15만좌를 돌파했다. 이는 일정 적금 회차 납입에 성공할 경우 파트너사인 오늘의 집의 할인 쿠폰이 증정되는데, 고객은 이 쿠폰으로 오늘의집에서 판매 중인 가구, 가전, 생활용품, 캠핑용품 등의 상품을 살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인 ‘춘식이’가 새겨진 이중내열 유리컵을 주는 경품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다. 고객이 저축을 하면서 동시에 소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으로 시장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2020년 이마트를 시작으로 마켓컬리, 해피포인트, 카카오페이지 등과 함께 파트너적금을 출시한 바 있다.

저금리 정책 기조 시기에는 은행보다 주식과 부동산, 가상자산 시장에 돈이 몰렸다. 특히 2030세대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뛰어들었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이들의 발길은 붙잡으려는 은행들의 전략이 깔린 것이다.

이들이 이달 내놓은 예적금 상품의 세전 최대 금리는 모두 연 3%대다. 다른 은행 및 저축은행의 수신 상품과 비교했을 때 금리 면에서의 큰 경쟁력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시중 은행들도 기존 수신 상품 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특판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고 있으나, 대체로 세전 금리가 연 3%대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도 늘고 있고, 금리 차별화 경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금융업계의 디지털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 유입과 이용을 늘리기 위한 콘텐츠와 영업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은행들이 예능 콘텐츠물 제작하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신한금융은 유튜브에 ‘기발한 프로덕션’이란 채널을 개설하고, 청년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는 예능 콘텐츠 ‘기발한 꿈’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이달 공개된 1편 <인류 평화의 꿈- ‘깻잎 논쟁이 쏘아 올린 과대한 꿈’>이란 제목의 영상물은 게재 2주 만에 조회 수가 228만건에 달하는 등 수요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한 쏠 앱에 최초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MBTI 검사 인증기관 어세스타와 함께 ‘MBTI 정식 검사 쏠게!’ 이벤트를 내달 31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구독자 68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조나단과 개그맨 ‘신규진’ 등이 출연하는 예능 콘텐츠물 ‘고독한, K식가’를 제작했다. 잘 먹고 잘사는 게 제일 중요한, 맛세권에 진심인 사회 초년생이 취업에 성공 후 서울 자취방을 구한다는 콘셉트로, ‘KB 부동산’의 매물검색, 입지분석 등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임장을 하고, 각 지역의 맛집 먹방을 하는 식이다.

예고편을 포함해 총 6편으로 구성된 콘텐츠로, 매주 화요일, 금요일 오후 6시에 공개되는데 최근 공개된 영상의 경우 게재 9일 만에 조회 수가 6만9910건을 넘었다.



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생활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금리라는 혜택 외에 재미와 경험 등 가치를 제공해 신규 유입과 이용을 늘리는 게 중요해졌다”면서 “금융 플랫폼 경쟁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게임, 놀이, 소비 등과 연계된 상품과 소비자에게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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